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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에서 '찻잔속 태풍'으로…인터넷 전문은행 1년

입력 : 2018-07-22 18:55:15 수정 : 2018-07-24 1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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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빅데이터 분석 의뢰해보니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개막시킨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보다 싼 수수료와 금리, 간편한 조작 등을 앞세워 초기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케이뱅크는 출범 2주 만에 가입자 수가 20만명을 돌파했고, 카카오뱅크는 출범 12일 만에 200만명을 넘었다. 지난 3월 말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600만명을 넘었고, 여신액은 5조8565억원이다. 케이뱅크는 71만명, 1조286억원을 기록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의 ‘집약체’로서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들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세계일보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앤리서치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언급된 횟수, 연관어, 감성 등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도는 줄고 부정적 평가는 다소 늘어나고 있었다. 보안이나 혁신성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조사 기간은 2017년 7월18일∼2018년 7월18일이다.

◆인터넷은행 긍정 감성어는 ‘좋다’ ‘빠르다’ ‘간편하다’

카카오뱅크의 총 언급량은 27만4168건, 케이뱅크 2만3704건, 인터넷뱅크 9699건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 출범 첫날인 지난해 7월27일 언급량은 1만4969건에 달했다. 언급된 단어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평가하는 감성 분석 결과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긍정 48.6%, 부정 24.8%, 중립 22.3%, 기타 4.3%였다. 케이뱅크는 최근 1년 분석에서 긍정 33.4%, 부정 23.5%로 카카오뱅크보다 긍정 비중이 낮았다. 중립은 41.9%, 기타 1.2%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대한 긍정 감성어는 ‘좋다’ ‘빠르다’ ‘간편하다’ 등이 공통으로 들어간다. 카카오뱅크가 가장 주목받은 점은 기존 시중은행들의 앱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직관적인 구성이다.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계좌를 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바로 찾도록 했다. 로그인 및 잠금 해제도 패턴, 지문 인증으로 설정해 편리성을 높였다. 케이뱅크도 송금할 계좌번호 입력 후 간편 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면 바로 송금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두 은행 다 연관어로 나타난 ‘수수료’ ‘카드(체크카드)’ 등도 이들 은행의 강점이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귀여운 디자인의 체크카드는 호응을 얻었다. 최근 한정판 체크카드 신청을 받기 시작한 첫날인 지난 13일 카카오뱅크 언급량은 2200건을 넘기도 했다. 출범 당시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수수료는 타사 대비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이는 기존은행들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일제히 간편로그인 등을 도입하고, 송금에 공인인증서 사용을 없애는 등 앱을 개편했다. 비대면 상품 출시, 수수료 인하도 잇따랐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기존 은행보다 편리한 방식의 모바일 뱅킹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고 각종 수수료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긍정 평가 감소… 부정 감성어는 ‘위험’ ‘조심’

출범 초기 폭발적으로 나타났던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지 않았다. 최근 카카오뱅크 언급량은 이벤트 등이 있을 때 2000건, 평소엔 100건 안팎에 불과하다. 케이뱅크는 많아야 200건, 평소엔 10건 수준이다.

감성 분석 결과를 봐도 변화가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 두 달(2017년 7월18일∼9월18일) 긍정이 52.1%, 부정 24.9%, 중립 19.6%, 기타 3.4%였던 것이 최근 두 달(2018년 5월18∼7월18일) 분석에서 긍정은 42.4%로 9.7%포인트 감소했고, 부정은 25.5%로 0.6%포인트 증가했다.

부정 감성어로는 카카오뱅크는 ‘불편한’ ‘조심하다’ ‘위험’ ‘복잡하다’ 등이 나왔다. 초기엔 고객이 몰려 대출이나 카드 발급이 지연되자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악질이다’ ‘조심하다’ 등이 등장했는데, 카카오뱅크 통장 개설이 쉽다 보니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에 활용되는 일이 생기면서 언급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말 설문조사에서 인터넷은행의 신뢰도가 38.7%(시중은행 75.2%)로 낮게 나온 것처럼 보안 위험이나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로 인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남아 있는 점도 반영됐다.

케이뱅크는 긍정 감성이 출범 초기 두 달(2017년 4월1일∼2017년 6월1일) 36.2%에서 최근 두 달 37.5%로 소폭 개선됐다. 부정 감성도 18.8%에서 21.9%로 함께 많아졌다.

부정 감성어에는 ‘복잡한’ ‘어렵다’ 등과 함께 ‘특혜’ ‘논란’ ‘의혹’ 등이 언급됐다. 주주사인 우리은행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인가를 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줄어든 데는 기대했던 혁신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신선했지만 시중은행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후 새로운 무엇인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분화한 신용평가로 중·저신용자에게 제1금융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도 살리지 못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3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1~3등급 비중이 96.1%에 달했다. 국내 은행 고신용 차주 비중(84.8%)보다도 높은 것이다. 금리 혜택 또한 체감하기 어렵다. 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의하면 6월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카카오뱅크 3.93%, 케이뱅크 5.73%다. 우리은행(3.84%), NH농협은행(3.87%) 등은 이보다 더 낮다.

고객유치를 위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정책의 결과는 지난 1분기 말 현재 카카오뱅크는 당기순이익 53억원 적자, 케이뱅크는 188억원 적자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장점은 모바일에 의한 편리성인데, 이는 다른 은행들이 금방 카피가 가능하다”며 “이자 상한, 가계대출 억제 등 정부 규제, 은산분리 규정 등으로 자금 투입, 은산결합에 따른 신규 시장 확장이 어려워 경쟁우위 요소가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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