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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서 엄마가 되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입력 : 2018-07-20 21:00:17 수정 : 2018-07-20 21: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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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어른 된 30대 보통엄마 독백 / 부모 양육 받던 어린 시절의 ‘나’ / ‘모성 신화’를 강요하는 사회 등 / 아이 키우며 만난 세상 얘기 담아
이현미 지음/김시은 그림/부키/1만4800원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이현미 지음/김시은 그림/부키/1만4800원


육아란 씻기고, 먹이고, 보듬는 과정만이 아니다. 많은 부모가 일평생 지근거리에 두고 사랑할 아이에게서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기억 저편에 있는 유년의 상처를 만나게 된다. 엄마가 된 여성에게는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 부모는 왜 나한테 이렇게 해주지 않은 걸까?”

여자는 자식을 낳으면 친정 엄마의 고마움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깨달음과 함께 찾아오는 기억 저편의 다른 마음도 있다. 대놓고 말하기는 어렵다. 부모를 나쁘게 말하는 배은망덕한 자식이나 은혜를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까 두려운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상처받은 적 없는 사람은 없다. 부모도 난생처음 부모가 된 서툰 어른이기에 자녀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육아는 성장 과정의 상처와 마주하는 과정이다. 어떤 형태로든 어린 시절의 경험은 내 아이 양육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지금의 나는 누가 봐도 성인이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있다. 서른 중반의 노련함으로 깊이 숨겨 놓았을 뿐 그 상처와 화해하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서 유년의 기억을 풀어놓았다. 그렇게 치유의 글쓰기를 시작했다. “원 가족에게서 받았던 상처를 떠올리며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오늘날의 엄마들은 수없이 다양한 이유로 자녀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다.
저자는 아이와 고양이를 돌보며 숨이 막히거나 힘에 부칠 때가 있지만 육아는 이러한 어려움을 상쇄할 만한 가슴 벅차오르는 순간을 선물한다고 말한다. 책 속에 있는 글을 앙증맞게 표현해낸 그림들이다.
그림=김시은 기자

“이토록 소중한 아이와 함께라면 일상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해야 할 텐데…. 이 정도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늘 미안할까?”

세 살까지 엄마가 아이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는 ‘3세 신화’부터, 아이의 발달을 전부 엄마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성이 많다. 자녀 양육의 책임을 여성의 몫으로 규정하는 ‘모성 신화’에 매여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저자는 양육의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나만의 양육을 실천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기 시작한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 죄책감을 느낀다. 24시간 육아와 가사에만 매달리는 엄마도 하루 종일 아이와 지내지만 질 좋은 양육을 하지 못한다며 자신을 책망한다. 이른바 ‘모성 이데올로기 사회’다. 온갖 육아서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성은 아무도 없다. 아이를 키우는 책임이 엄마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는 부모의 양육을 받은 어린 시절의 자신과 가부장제 틀을 벗어나지 못한 남편,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만난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1980년대에 태어나 희미한 가부장제의 틈에서 사회적, 경제적 성취를 위해 달려오다 결혼으로 ‘여자의 현실’을 알아버린 30대 여성의 독백이다. 고양이들과 아기를 함께 키우며 겪은 좌충우돌 ‘육아육묘’(아이와 고양이 키우기)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2016∼2017년 본지에 연재한 ‘이현미의 엄마도 처음이야’의 일부를 책으로 엮었다. 책에는 30대 중반 현장 기자의 생생한 마음의 행로가 담겼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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