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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북핵 폐기, 만전지계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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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0 00:51:09 수정 : 2018-07-20 0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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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합의 한 달 지났지만/추가 일정 못 정하고 지지부진/비핵화 조치 가시화될 때까지/빈틈없는 경계 체제 유지 필요 지난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6월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 이후 부풀었던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는 점점 의구심으로 바뀌고 있다. 싱가포르 합의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은 핵무기 폐기에 대한 개략적인 일정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추가협상에도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논의를 시도하자 북한은 “강도 같은 요구”라면서 비난했고,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협상만 진행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할 ‘불편한 진실’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 남북한의 공동목표임을 확인했고(판문점 성명),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노력한다(싱가포르 합의문)고 합의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미국과 핵 군축을 한다는 의도였는데, 우리가 핵무기 폐기로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합의하지 않은 CVID를 당연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너무 간절해 ‘소망적 사고’에 사로잡혔거나 보고 싶은 측면만 보고자 하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폐기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도 그러하다. 불확실성이 클 때는 가장 단순한 선택이 정답이라는 ‘오캄의 면도날 법칙’에 의하면 우리는 핵 무장한 북한과 공존하는 수밖에 없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 정치학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면서 남북대화에 매달리는 동안 북한에서는 핵무기 원료 생산을 위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고 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계속 생산 및 개량되고 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것의 완성 후에는 미국에 한국을 포기하거나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을 감수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과 한국의 안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새삼스럽지만 우리는 본원적 질문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6·25전쟁 직후부터 ‘전 한반도 공산화’라는 목적을 위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고 한다면 대미 관계개선이나 평화협정 등의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은 당 핵심 정책이 결정되는 올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 강국’으로서 핵·경제 병진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했고, 핵무기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근거로 ‘핵무기 폐기’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내키지 않더라도 우리의 경각심을 ‘판문점 선언’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 국내외의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북핵 해결의 어려움을 재인식하면서 북핵 억제와 방어 태세를 재점검하고 필요시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을 확대하고, 공격형 방위시스템(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체계(KMPR)로 구성되는 ‘3축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되면 중단하더라도 내년 한·미 연합훈련은 시행하는 것으로 미국과 협의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산 석탄이 선박 환적을 통해 한국에 수입됐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나왔듯이 경제적 제재조치를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손자병법에 ‘불가승재기 가승재적(不可勝在己 可勝在敵)’이라는 말이 있다. ‘적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고, 내가 승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다.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북한의 핵 폐기를 유도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듯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가 위태롭지 않도록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틈을 보이지 않아야 북한은 핵 폐기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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