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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드루킹 ‘산채’서 쏟아진 증거들… 경찰 수사 의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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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8 19:54:18 수정 : 2018-07-18 17: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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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두 번이나 압수수색한 곳/ 인근 창고로 짐 옮길 때도 구경만/‘숙원’ 수사권 조정 앞뒀던 경찰/‘찍히면 안돼’ 집단최면 걸렸던 듯/ 김병준 비대위장 내사 공개도 절묘/ 어설픈 檢 언론플레이 답습 말길 ‘산채’에는 화수분이라도 있었던 걸까.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10일 ‘드루킹’ 김동원씨 등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아지트로 쓴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서 증거물을 다수 확보했다. 경찰이 지난 3월21일과 4월22일 이미 두 차례 압수수색했던 곳이다. 특검팀은 여기서 휴대전화 21대와 유심 카드 53장을 찾아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산채로부터 10㎞ 떨어진 컨테이너 창고에서도 다수 증거물이 쏟아졌다. 특검팀은 950개 분량의 이삿짐 상자에서 회계장부와 데스크톱 컴퓨터 9대, 유심카드, USB(이동식 저장장치) 등을 입수했다. 경공모 자금 흐름과 액수, 이름 등이 적힌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무능해서일까. 전혀 아니라고 본다. 처음부터 수사 의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수두룩했다. 경찰은 드루킹 김씨를 구속한 지 27일이나 지나 첫 압수수색을 했다. 초기 압수수색이 수사 성패를 가른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뒷북이나 치고 그것도 건성건성했다.

지난달 경공모 회원들이 산채에서 짐을 컨테이너 창고로 옮길 때 경찰 순찰자가 현장에 있었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니 충격적이다.

경찰 지도부가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고 믿지 않는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정권에 불리한 수사이니 알아서 하라’고 할 경찰 지휘관이 어디 있겠는가. 수사팀이 상부 의중을 잘못 읽고 지레 짐작해서 미온적으로 수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경찰들은 누구보다도 직분에 충실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도 비웃을 정도로 허술한 압수수색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경찰은 수사 내내 기자들의 각종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처럼 밀행 수사를 해보이겠다는 듯했다. 경찰 고위층 인사는 “이번 사건은 특검까지 가는 수사다. 특검에 책 잡히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관련 수사는 원래 오래 걸리는 사안인데 언론이 앞서 나가는 바람에 힘들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박현준 사회부 기자
14만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이 이번 ‘사태’를 부른 것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 여당에 밉보여서는 안 된다는 집단 최면이 부지불식간에 알아서 기는 조직을 만들어내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예민한 정치적 후각은 아직까지 여전한 것 같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직후인 17일 경찰의 내사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교수 시절 골프 접대를 받아 부정청탁법을 어긴 혐의로 고발당해 내사 중이라고 한다. 너무나 절묘한 시점이라 경찰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경찰은 앞으로 검찰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수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공룡경찰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시시한 언론플레이 수법이나 터득한다면 독립 경찰로 거듭날 수 없다. 지난 정권에서 검찰이 ‘거악 척결’의 본분을 잊고 권력만 좇다가 어떤 망신을 당했는지 경찰은 잊지 말아야 한다. 열정과 대의명분이 없는 수사조직은 금세 조롱당한다. 경찰이 이대로라면 몇 년 뒤 국민은 ‘뱁새’와 ‘황새’가 등장하는 속담을 떠올릴 것이다. 누가 ‘뱁새’이고 누가 ‘황새’인지 그 자리에 경찰과 검찰을 대입해볼 것이다. 드루킹 수사가 그 첫 단초였다는 비웃음과 함께.

박현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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