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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돈스코이호 인양한다는데… 첫발견자 소유권 기술력 등 곳곳 암초

입력 : 2018-07-19 06:00:00 수정 : 2018-07-19 0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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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스토리-돈스코이호 인양 발표 안팎]
“돈스코이호 관련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의 일부를 공개하겠다.”

지난 17일 건설업체 신일그룹이 ‘보물선’으로 알려진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이같이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이날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돈스코이호에 150조원 가치의 금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올해 안에 인양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인양수익을 공유하겠다며 가상화폐 투자모집에 나섰고 신일그룹이 인수 계획을 밝힌 제일제강 주가도 급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신일그룹이 발표한 돈스코이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면서 일부 내용에 대해선 진실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러일전쟁 중 침몰...동아건설 등 발굴 시도했지만 실패

제정러시아의 발트함대 소속 돈스코이호는 러시아의 ‘거북선’이라 불리는 철갑순양함이다. 당시 발트함대는 육지를 오가며 필요한 보급품을 금괴와 교환하기 위해 경리함에 상당한 금괴와 금화, 골동품 등을 싣고 다녔다. 이런 기록은 당시 해군 제독이었던 코로체스 도엔스키 중장의 참전기록, 울릉도 주민 사료 등에 나와 있다.

러일전쟁 중이던 1905년 돈스코이호는 일본군과의 전투를 위해 쓰시마 해전에 참가했다. 전투 중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본 함대에 포위당한 발트함대는 경리함의 금괴를 일제에 넘길 수 없다고 판단, 돈스코이호에 옮겨 실었다. 돈스코이호는 최후까지 항전했지만 결국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했고 막대한 군자금이 담긴 보물선은 전설이 됐다.

이후 1916년 일본은 돈스코이호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고 국내에서도 1980년대에 도진실업, 1990년대에 동아건설 등이 돈스코이호 찾기에 뛰어들었다. 특히 동아건설은 2000년 12월 돈스코이호의 실체를 찾았다고 발표해 360원이었던 주가가 3265원까지 뛰었다. 화제는 모았지만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지 못했고 발표가 허위라는 의혹이 일어 결국 파산절차를 밟았다.
지난 2003년 동아건설의 돈스코이호 인양 발표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일 “8∼9월 인양작업” VS 해수부 “아직 발굴 승인신청 안돼”

신일그룹은 오는 8~9월 인양작업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돈스코이호 인양을 위해선 소유권 등기 신청을 하고 해양수산부에 발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계획이 순탄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신일그룹은 18일 “돈스코이호 소유권 등기를 오는 20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신청조차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해수부는 이와 관련,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발굴 승인신청 시 작업계획서 등 관련서류를 제출하고 매장물 추정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납부해야하는데 신일그룹은 현재까지 신청한 바 없다”고 밝혔다.

◆최초 발견자 및 소유권 두고 분쟁 가능성도

신일그룹 측은 또 ‘매장물 발굴법’에 따라 발견한 배에 실린 물건 가격의 80%는 발견자가, 20%는 국가에 귀속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신일그룹이 최초 발견자인지 여부와 러시아와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관련 업계에선 돈스코이호의 최초발견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전 해양연구소)의 유해수 자문위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유 위원은 2003년 울릉도 저동 앞바다 촛대바위 동쪽 해저 400m 계곡 중턱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유 위원은 “배의 잔해를 확인하고 돈스코이호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바로 기술원에 보고됐고 간간히 ‘보물섬’을 주제로 한 강의가 열리기도 했다. 신일그룹은 113년만에 돈스코이호 발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미 돈스코이호의 실체는 오래전 알려진 상태였던 셈이다.

러시아와의 소유권 분쟁도 예상한다. 군함은 통상 국가영토로 간주돼 타국에 가더라도 주권이 면제된다. 침몰 지점이 영해라도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돈스코이호를 문화재로 간주할 시 인양 권한은 국가에 있어 민간사업자의 인양은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국제변호사 아나톨리 카푸스틴은 18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배는 러시아에 속한다”며 “다른 나라 영해에 배가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순양함과 부속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일그룹이 공개한 돈스코이호 사진. 신일그룹
◆세월호 고려하면 인양 쉽지 않을 듯...보물 가치도 논란

돈스코이호는 현재 6200t급으로 수심 400m에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800t급 세월호의 경우 침몰해 있는 수역의 수심이 44m에 불과했음에도 2800여억원의 인양비와 6개월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돈스코이호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400m가 넘는 수심 아래에 있었고 유물적 가치에 따라 온전한 상태로 인양해야 하는 만큼 과정이 매우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돈스코이호에 있는 보물의 가치도 논란이 인다. 신일그룹은 6200t급 돈스코이호에 금화와 금괴 5000상자 등 현재 시세 150조원 가치의 200톤의 보물이 실려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0t 규모의 금이라도 150조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 시세에 따라 200t 금의 가격을 계산해도 9조원가량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다만 유물적 가치가 더해지면 가치는 증가할 수 있다.

배에 금괴가 없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의 키릴 콜레스니첸코 교수는 18일(현지시간)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금괴를 운송할 수 있는데 왜 배로 싣고 가겠나”며 “(보물선 이야기는) 그저 전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페 만들어 모집...관련 주가 폭등 열기 ‘후끈’

신일그룹은 현재 신일그룹코인(SGC)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가상화폐를 통해 발굴보증금 등 인양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10%가량이 뛰며 개당 800만원대를 돌파했다.

신일그룹이 인수를 예고한 제일제강의 주식도 돈스코이호 발표소식에 이틀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제일제강은 18일 장중 신고가인 주당 5400원을 기록하며 이달초 대비 2배가량 급등했다. 신일그룹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 일부를 18~19일 국내외 모든 언론에 공개하겠다”, “25∼26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겠다” 등 관련 공지를 띄우며 투자자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과잉 열기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2000년 동아건설이 돈스코이호 인양을 알리며 주가가 폭등했지만 결국 인양을 포기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일그룹은 설립된 지 50일밖에 되지 않는 신생회사로 알려지며 불안감을 키운다는 분석도 있다.
신일그룹이 발행한 가상화폐 신일그룹코인(SGC) 설명. 신일그룹 홈페이지

◆신일건설이 모태...금융당국 가상화폐 등 조사나선 듯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일건업이 모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신일건업도 2009년 1월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가 채권은행 공동관리 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간 경험이 있고, 자금사정 악화로 2012년엔 법정관리절차를 밟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또 신일그룹이 제일제강 인수를 예고했지만 아직 계약금 18억원만을 결제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측도 18일 신일그룹의 가상화폐 발행과 신일그룹과 제일제강 부정거래 의혹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제일제강에 대한 집중감독에도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17일 제일제강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고 향후 거래정지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일제강은 이에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음을 알려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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