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재소장(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등에 대한 결정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자리에 앉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조상민 판사는 17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29)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그 주장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15일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옥중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조 판사는 “앞으로도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앞서 오씨는 법원에 제출한 병역거부 소견서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사회 전반에 폭력을 확대 재생산하는 조직, 시민들의 자유로운 목소리보다 정권의 요구에 더 충실한 조직인 군대에서 반전과 평화,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저의 양심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씨는 또 “진심으로 제가 사는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다”며 “다만 그 일이 총을 들고 살상을 익히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병역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복무제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바른군인권연구소 등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조항 합헌 결정이 나오자 양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오씨의 재판을 지원해온 청년정치공동체 너머는 이날 판결 이후 보도자료를 내어 “판사는 유죄의 사유로 신념에 따라 참여한 집회 등에서 발생한 전과를 이유로 오씨가 폭력에 반대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며 “1심에 대한 항소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병역법에 대체복무 규정을 마련하라는 헌재 결정 이후 입영거부자들의 입영일은 병역법 개정 시까지 무기한 연기됐다. 대법원은 다음달 30일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고 2~4개월 내에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판결을 선고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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