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대로 비핵화 협상이 좌초된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데 있다. 이미 작년 12월 수준의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세 번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고립에서 벗어났고, 9월 초에는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북한을 활용하며 미국의 애를 타게 할 전망이다. 비핵화 협상의 좌초가 자칫 비핵화의 좌초로 연계될지 모른다.
![]()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그럼에도 실무회담은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에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 먼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감으로써 상황의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대화가 단절될 경우 미국은 북한의 기만행위를 응징하기 위한 강도 높은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군사적 옵션이 검토될 것이다. 하지만 실무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군사적 옵션을 자제할 것이다. 실무회담은 정책 조율을 위한 시간을 가져다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후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드러났듯, 각국은 비핵화의 개념도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CD), ‘완전하고 최종적이며 검증된 비핵화’(FFV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그것이다. 개념부터 이럴진대 그동안 정책 조율이 미흡했던 것은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제대로 조율된 정책을 가지고 북한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실무회담의 기회 요인을 살리는 것도 우리의 철저한 준비가 뒤따를 때 가능한 일이다. 하루빨리 북한의 의도 파악에서부터 공동 대응 방안까지 우리 입장을 가다듬어야 한다. 돌아보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는데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을 성급히 예단했던 우리의 잘못도 크다. 앞으로 중국을 어떻게 견인해 북한 비핵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인지 한·미 공동의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을 직접 설득할 수 있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어떠한 압박을 할 것인지도 한·미 간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이 지나치게 고조되지 않으면서도 김 위원장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여러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끝내 ‘핵을 보유한 평화’를 추구한다면 우리도 그럴 수 있다고 경고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를 쉽게 보지 않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