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구 배치 파일 보내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A씨는 오는 주말 이사를 앞두고 이사업체에 전화해 이같이 말했다. 이사 예정인 집안 공간을 실물 크기로 구현한 가상현실(VR)에 A씨가 원하는 대로 가구를 배치한 데이터를 미리 업체에 보낸 것이다. 업체는 이 파일을 확인하면서 A씨의 짐을 새집으로 옮길 예정이다. A씨는 이사가 이뤄지는 주말 동안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2. 소방관 B씨는 아파트 화재를 알리는 출동벨이 울려 소방펌프차에 막 오른 터였다. 재빨리 장비를 갖춘 B씨는 화재현장 주소를 소방차에 비치된 단말기에 입력하고 VR기기를 착용했다. 눈앞에 불이 난 아파트 공간이 펼쳐졌다. B씨는 VR 안에서 그 아파트가 어떤 구조인지, 비상구는 어디 있는지 등을 확인하며 가장 먼저 수색해야 할 곳을 정했다. 얼마 안 가 화재현장에 차량이 멈춰 섰다. B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파트로 뛰어들어갔다.
A씨는 오는 주말 이사를 앞두고 이사업체에 전화해 이같이 말했다. 이사 예정인 집안 공간을 실물 크기로 구현한 가상현실(VR)에 A씨가 원하는 대로 가구를 배치한 데이터를 미리 업체에 보낸 것이다. 업체는 이 파일을 확인하면서 A씨의 짐을 새집으로 옮길 예정이다. A씨는 이사가 이뤄지는 주말 동안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2. 소방관 B씨는 아파트 화재를 알리는 출동벨이 울려 소방펌프차에 막 오른 터였다. 재빨리 장비를 갖춘 B씨는 화재현장 주소를 소방차에 비치된 단말기에 입력하고 VR기기를 착용했다. 눈앞에 불이 난 아파트 공간이 펼쳐졌다. B씨는 VR 안에서 그 아파트가 어떤 구조인지, 비상구는 어디 있는지 등을 확인하며 가장 먼저 수색해야 할 곳을 정했다. 얼마 안 가 화재현장에 차량이 멈춰 섰다. B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파트로 뛰어들어갔다.

이 모든 건 가상화 플랫폼 스타트업 ‘어반베이스’가 수년 내 구현 가능하다고 말하는 ‘가까운 미래’다. 이 미래는 어반베이스가 직접 만드는 게 아니다. 어반베이스는 누구나 쉽게 일반 공간데이터를 VR나 증강현실(AR)로 구현할 수 있는 가상화 플랫폼을 깔 뿐이다. 그 플랫폼 위에서 야심찬 아이디어를 지닌 사업자들이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미래를 그려나갈 것이라는 게 어반베이스의 구상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의 어반베이스 사무실에서 만난 방현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올 하반기면 이런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술적 기반은 완전히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반베이스는 현재 공간 데이터를 활용한 홈디자이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서비스 이용자는 VR나 AR를 통해 가구나 전자제품을 자신의 집에 미리 배치해볼 수 있다. 어반베이스는 전국 아파트 도면 데이터의 70%과 함께 집안에 배치할 수 있는 제품 6000여개의 3D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 서비스 근간에 어반베이스의 독보적인 3D 공간 재현 기술이 있다. 실제 공간 도면이 그려진 그림 파일만 있으면 어반베이스의 프로그램이 미리 입력된 건축법규와 그간 학습된 건축도면 정보에 따라 VR·AR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 프로그램이 7일 정도 걸리는 이 작업을 어반베이스는 단 몇 초 만에 처리 가능하다. 어반베이스는 이 관련 기술의 국내 특허 등록과 해외 특허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어반베이스의 이 서비스는 최근 유명 기업으로부터 잇따라 그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월 LG전자 베스트샵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전국 600여개 매장에서 홈디자이닝 VR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5월엔 유명 가구업체인 ‘일룸’과 손을 잡고 이 회사 홈페이지와 전국 90여개 매장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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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우 어반베이스 최고기술책임자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가상화 플랫폼 구축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방 CTO는 이와 관련 “절반의 성공일 뿐”이라고 말했다. 개개 업체와의 기술 제휴 형태로 진행하는 ‘폐쇄형 플랫폼’을 넘어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 가능한 ‘완전 개방형 플랫폼’ 구축이 어반베이스의 핵심 사업 방향이라는 것이다.
어반베이스는 내년 상반기 중 이 플랫폼을 완전 개방하고 해커톤(한정된 기간 내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참여자가 팀을 구성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형태의 행사)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 CTO는 “내년부터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겠다”며 “우리 플랫폼 위에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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