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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문학적 인생과 마주하다

입력 : 2018-07-07 03:00:00 수정 : 2018-07-06 20: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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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의 작가/ 1890년∼1938년까지 삶 회고록/ 문장·연극·소설·인생론으로 분류/ 모든 고뇌와 질문 차분히 풀어내/
문학·예술에 대한 통찰 돋보여
서머싯 몸 지음/이종인 옮김/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서밍 업 - 문장과 소설과 인생에 대하여/서머싯 몸 지음/이종인 옮김/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의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에세이집이다. 1890년~1938년까지를 기록한 회상록으로, 국내 처음 소개된다. 몸은 표준 영어와 명료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생전 조지 오웰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현대 작가는 서머싯 몸이다. 이야기를 장식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전개하는 힘 때문에 그를 가장 존경한다”고 썼다.

64세인 1938년 발표한 에세이집 ‘서밍업’은 문학적 자서전으로 집필한 것이다. 몸은 이 책에서 인생의 패턴이라는 말을 반복 사용한다. 자신은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살았고 그래서 늘 미래를 예측하기를 바랐다. 그는 서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인생의 질문들에 대하여 일거에 시원하게 답변해주는, 미래를 내다보는 한 권의 책을 찾았다고 말한다. ‘인생의 패턴’이 바로 그것이란다. 모든 고뇌와 질문에 관한 대답을 정연하게 분류해놓은 인생의 스토리를 ‘서밍업’에 요약했다. 몸은 문장론, 연극론, 소설론, 인생론으로 분류해 그의 철학적 신념을 풀어놓았다.

문장론에서 몸은 자신의 글쓰기를 찾았다고 했다. 당대 화려한 문장으로 유명했던 월터 페이터나 존 러스킨의 수식 많고 복잡한 문장을 아무리 흉내 내려고 해도 잘되지 않자, 평범한 사람의 글쓰기로 돌아갔다고 했다. 결국 자신의 글쓰기를 찾은 셈이다. 그는 좋은 글쓰기에 대해 명석함, 단순함, 좋은 소리 등 세 가지 요소를 들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서머싯 몸의 에세이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유머로 독서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책 1000권을 읽은 것이 밭 1000이랑을 간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없다. 어떤 그림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이 멈춰 선 자동차의 고장 난 부분을 알아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없다. 각각의 경우는 다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증권 중개업자도 가구 장인도 저마다 전문 지식을 갖고 있다. 자기 지식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식인의 어리석은 편견이다. 진선미는 값비싼 학교에 다녔거나, 도서관에 틀어박혀 살거나, 박물관에 자주 가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예술가가 다른 사람들을 활용하면서 그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자기 지식이 다른 사람들의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는 바보이고, 또 그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그는 한심한 사람이다.”

이 글에서 보듯 몸에게선 다소 주관적인 견해와 완고함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일종의 인생 패턴을 만들어내려는 대작가의 신념이 느껴진다.

연극론에서 몸은 대중적인 드라마를 쓰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돈의 신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남자라는 비난을 들었다고 고백한다.

소설론에서 몸은 당대 모더니스트 작가들이나 좌파 작가들보다 더 평가받지 못하는 것을 은근히 한탄한다. 그러면서 예술가의 창조 정신이 스며들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소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생론에서 그는 세상의 악을 구제하지 못하는 신에 대하여 회의를 품고, 무신론자가 된 경위를 풀어놓았다. 신에 대한 경외 대신, 인생의 보람은 결국 진선미인데 그중에서도 선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몸이 에세이를 쓴 시점은 20세기 초이지만, 문학과 예술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한 통찰로 전해진다.

“신문은 대중 기사를 다룰 때는 작가들이 놓칠 수 없는 체험의 일부를 제공한다. 그것은 도살장에서 직접 나온 날것의 소재이며, 거기에서 피와 땀 냄새가 난다고 해서 코를 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가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평일마다 나오는 신문 문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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