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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우린 2등 시민"…저출산 대책,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입력 : 2018-07-05 18:48:55 수정 : 2018-07-06 11: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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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출산지원금·대상자 늘리기… 기존 정책 확대·강화 그쳐 / 정부, 일·가정양립지원 방안 마련 고심 / 남성육아휴직 등 기존 제도 지원 확대 / 보수적 직장문화·불안정한 고용문제로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이용 어려워 / 육아휴직 보너스제도도 정규직만 가능 / 정책 사각지대 개선없이 지원 늘린 꼴 / 아동의 건강한 발달 위한 정책도 전무 / 정부 "장기대책 고민 10월 발표 예정"
아기들은 어디에? 정부의 각종 저출산 대책에도 올해 합계출산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0명 아래로 곤두박질칠 전망이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의 신생아 침대가 텅빈 장면과 유리창에 나붙은 “아이가 잠자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대조를 이루면서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높이기로.’ ‘국가 보육에서 일·가정 양립 지원으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의 주요 방향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태어난 모든 아동을 잘 키우겠다는 데 맞춰졌다. 이를 실천할 문재인정부의 첫 저출산 종합대책이 1년4개월 만에 나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고령위)는 5일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제도 빈익빈 부익부 개선해야

이번 대책의 요점 중 하나는 일·가정 양립 지원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남성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등 기존 육아제도의 지원 수준이 확대된다.

앞으로 하루 1시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임금 삭감이 이뤄지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사용 기간도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하루에 2~5시간(주 10~25시간) 단축 근무가 가능했으나 기간이 1년인 탓에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사용한 노동자는 단축제도를 활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이 중소·영세기업과 비정규직에게까지 충분히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2016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이용한 근로자는 2761명으로 육아휴직자(8만9794명)의 3%였다. 육아기 단축근무 이용자의 대다수는 중소기업 직원이었지만 국내 전체 근로자 수에서 중소·영세기업의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굉장히 미미한 수치다. 보수적인 직장문화와 불안정한 고용관계로 애초에 이용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의 급여도 월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되는데, 이 제도는 사실상 남녀 모두 정규직 근로자일 때 이용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라도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비정규직이면 이용이 불가능하다. 부모 중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한 근로자에게 더 많은 급여를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 문제로 주저했던 사람들에겐 희소식일 테지만, 정책 사각지대 개선 없이 지원만 늘어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다만 현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자로 한정돼 출산휴가급여 지원을 받지 못했던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한 점은 진일보한 변화다.

정부는 인수인계기간 중 대체인력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금액을 월 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2배 인상하고 기간도 15일에서 2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지원금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어떤 제도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근로자의 휴직이나 근무단축에 따른 업무 재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 발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관계부처 장·차관과 함께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 부위원장,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저출산 시대, 아동을 위한 정책은 태부족

2005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정책은 성인에 초점이 맞춰졌다. 출산 장려를 위해선 아이를 더 낳고 키워야 할 어른들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번 대책은 그나마 아픈 아이가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만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대폭 줄였지만 그 외에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아동정책기본계획(2015∼2019)은 아동 성장에 필요한 전 과정을 담았으나 계획만 있고 실행되지 않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아이의 삶과 관련된 정책은 여전히 어른들의 양육과 돌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창준 저출산고령위 기획조정관은 “정부 정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우리나라에 적정한 인구 규모를 전망해 장기대책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해 10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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