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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어떻게 막았냐고요?"…비결은 벼락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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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8 16:13:49 수정 : 2018-06-28 15: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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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신태용호 ‘No.1’ 골키퍼는 김승규(28·비셀 고베)인 줄만 알았다. 주전 골키퍼의 상징인 등번호 ‘1번’을 내줬고, 자신은 3순위 골키퍼를 암시하는 ‘23번’을 달았다. 김해운(43) 골키퍼 코치가 “주전 경쟁은 끝까지 간다”고 했을 때도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월드컵 조별리그 시작 당일, 선수단 미팅에서 주전 골키퍼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얼떨떨한 기분에 몸서리를 쳤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김승규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너 진짜 멋있는 놈이다. 다 보여주고 오라”며 씩 웃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국이 배출한 2018 러시아월드컵 최고의 수문장 ‘대 헤아’ 조현우(27·대구)의 얘기다.

골키퍼의 선방은 단순히 실점을 막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상대가 공들여 잡은 득점 기회를 무산시켜 기를 꺾어놓는 것과 동시에 우리 선수단의 사기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과 독일의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조현우의 플레이가 꼭 그랬다.

‘무명’의 골키퍼가 6차례의 유효슈팅을 포함해 도합 26차례의 소나기 슈팅을 막아내자 침착한 빌드업이 강점이던 독일은 성급하게 달려들다 패배를 자초했다. 후반 막판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가 날린 회심의 오른발 슈팅마저 조현우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반면, 세계 최고 수문장으로 꼽히던 마누엘 노이어(32·바이에른 뮌헨)는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하다 손흥민(26·토트넘)에게 역습을 허용하며 망연자실했다. 월드컵 전까지 A매치 출전이 6경기에 불과한 조현우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이어에 완승을 거두는 순간이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이 일방적인 공세에도 조현우를 넘지 못했다”며 극찬했다.

경험이 일천한 조현우가 세계의 찬사를 한 몸에 쓸어 담은 비결은 뭘까. 경기 뒤 만난 조현우는 ‘벼락치기’ 공부의 효과를 봤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멕시코와의 2차전이 끝나고 나서야 독일 경기를 분석했다. 시간이 없었다. 김해운 코치가 영상을 다 편집해 왔다”며 “선수 개인별로 슈팅각도나 센터링이 어느 지역에서 많이 올라오는지 밤새 익혔다. 다행히 외웠던 궤적으로 공이 날아왔다”고 털어놨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조현우를 두고 “절을 해도 마땅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조현우는 조별리그 전 경기서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조현우가 세 경기서 기록한 톱세이브(결정적인 선방)는 총 13회, 선방률은 81.2%에 달한다.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17회·81%), 덴마크의 카스퍼 슈마이켈(14회·93.3%)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횟수다. 조현우는 “나 혼자 막은 게 아니다. 선수단, 그리고 국민과 같이 막았다. 다음 대회도 초심 잃지 않고 투혼을 발휘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29일 한국에 돌아오는 조현우는 아직 국내외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른다. 그러나 아내 이희영(29)씨가 길거리에 다닐 때 사람들이 알아본다며 반색해 조금은 달라진 위상을 느끼고 있다. 이씨는 “월드컵 무대가 두렵다”며 솔직한 심정을 전한 조현우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달라”며 힘을 불어넣은 활력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하린(9개월) 역시 힘든 순간마다 아빠를 웃게 한다. 조현우는 “경기가 끝나서야 16강 탈락 소식을 접해서 많이 울었다. 응원해 준 아내에게도 미안했다”며 “월드컵에서 어떤 강팀이라도 철저히 분석하면 못할 것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죽기 살기로 뛰면 된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에 따뜻한 관심을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카잔=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사진=연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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