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인구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을 바꾸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까지 오래 걸리거나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국가의 인구를 더하면 세계 인구의 40%에 육박할 정도라는 점에서 아시아의 이웃 나라와 미주, 유럽의 경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유치원 아이들. 신화통신 |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유엔 세계 인구 예측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과 인도의 남성 인구가 여성보다 7000만명이나 많다고 보도했다. 두 국가의 남초(男超) 숫자는 남북의 인구와 맞먹는다. 1979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남자아이를 선호하는 보수적 가치관, 태아 성별 감식 기술의 발달과 이에 따른 여아 낙태 등으로 중국과 인도에서 지난 수십년간 남아의 출생이 여아보다 많았다. 그 결과 인구 14억명가량인 중국에서 남성의 수는 여성보다 3400만명이나 더 많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의 남녀 인구 차이는 폴란드 인구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은행 제공. |
◆결혼 못 하는 젊은층 양산
성비 불균형 문제는 결혼하지 못하는 노총각 양산으로 이어진다고 WP는 지적했다. 중국 15∼29세 인구만 놓고 보면 여성 100명당 남성의 수는 112명이다. 인도에서도 같은 연령대 여성 100명당 남성은 111명이다. 중국과 인도의 20세 이하 남성은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5000만명 더 많다. 결혼 적령기에 짝을 못 찾는 남성이 유독 많다는 얘기다.
프랑스 인구통계학자인 크리스토프 길모토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2050년 중국 여성 100명당 150∼190명의 남성이 신붓감을 찾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지방에서 더 두드러진다. 통상적으로 교육 및 생활 수준이 높은 신랑감을 찾기 때문에 지방의 여성들이 대도시로 몰리면서 시골의 남성들에게는 결혼 기회가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중국 남부 동구안의 여성 100명당 남성 숫자는 118명이나 된다. 여기 사는 리 웨이빈(30)은 어릴 때 산속 마을에서 자랐고 커서도 공장에서 일하며 지내다 보니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다. 삶이 지루하고 외롭기만 하다. 그는 “여성들은 집과 차를 원하는 등 기준이 너무 높다. 나랑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며 “돈도 없고 여성을 만날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담배꽁초가 널린 기숙사 방에서 5명의 남성 룸메이트와 함께 지낸다.
중국 전통 사회에서 신부가 시집갈 때 가지고 가는 ‘지참금’을 이제는 신랑이 가져가야 할 정도다. 일부 지역에서 남성의 지참금이 3만달러(약 3200만원)에 달한다. 한때 중국에서 아들을 낳는 것은 노후 대비책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부모들이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희생하고 있다. 시부모를 모시는 게 며느리의 책무였던 것도 옛날이야기다. 남초 현상이 전통문화의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시안(西安)교통대학의 리수줘 교수는 “앞으로 수백만 명의 남성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하게 될 텐데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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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가정의 의미, 여성 대상 범죄 급증
인도 북부 하리야나주의 인디언 마을에서 농부의 아내로 사는 옴 파티(60)는 “22살부터 38살까지 7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결혼하지 못했다”며 “남편과 아들들의 식사와 빨래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온종일 쉴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 숫자가 늘면서 전통적인 가정의 의미도 깨지고 있다. 성인이 된 남성이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남아를 선호하던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늙어서도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할 때 중국의 가정은 조부모 4명과 부모 2명, 아이 1명의 ‘4-2-1’ 구조로 정립됐다. 당시 젊은 세대가 부모와 조부모 부양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했는데 이젠 아예 결혼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남성들은 비슷한 나잇대의 여성을 두고 아래위 세대의 미혼 남성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신랑이 신혼집을 마련하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렀다고 한다.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러시아 등 해외에서 짝을 찾으려는 중국 남성들도 늘고 있다. 결혼을 통해 중국에 온 외국인 여성들은 범죄에 노출되고, 남편이나 시댁 식구에게 학대당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인도의 여성 대상 범죄 발생률도 치솟고 있다. 전통적인 남성 우월주의에다 짝을 찾지 못한 좌절감이 더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성범죄 발생률이 급증했다. 하리야나주에서는 지난 10년간 여성 대상 폭력 범죄가 127% 증가했다. 딸은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어렵고 결혼할 때 지참금도 줘야 한다는 이유로 여아를 낙태하는 부모도 여전히 많다. ‘이브 티징(eve teasing)’이라고 불리는 길거리 성희롱은 가부장적인 인도에서 오랫동안 큰 사회문제였는데, 성비 불균형이 심해지지자 악화했다.
인도 여고생들은 등하굣길에 당하는 성희롱을 참다못해 등교 거부와 단식 투쟁에 나섰다. 여성 100명당 남성이 133명에 달하는 고트라 타파 다히나 마을의 여고생들이 시위에 나선 배경이다. 시위를 주도한 여고생 니키타 차우한(14)은 “여긴 남자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보수적인 인도 북부 마을 7000여곳에는 ‘잉여 남성’이 마을마다 150~200명은 있는데, 이들이 술을 마시고 길 가는 여성을 괴롭히는 게 일상이 됐다고 WP는 지적했다. 여고생들과 연좌 농성을 한 마을 이장은 가부장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인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육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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