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축구팬들 사이에선 “VAR 판정의 기준이 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본래 오심을 줄인 경기 진행을 위해 생겨났지만 결국 주심의 주관적 판단 아래 VAR이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국가에 유리하게 VAR이 적용되고 있다는 음모론과 함께 선수가 아닌 주심에 의해 경기가 지배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크다. 실제로 VAR이 생겨난 이후 페널티킥 수는 급증하는 중이다.
◆선수들 항의는 하지만…“결국은 주심맘” 애매한 판독 기준
신태용 감독은 이날 멕시코전 후 기자회견에서 “영상을 보지 않아 정확히 답변하기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골은 반칙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기성용이 다리를 차이지 않았나 했는데 주심이 인플레이 시키고 경기가 진행되면서 두 번째 골을 내줬다. 벤치에서 본 것은 분명히 반칙으로 봤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런 실수가 나온다면 피파가 VAR을 가동하는데 (하지 않으면) 많이 신뢰를 잃지 않겠나”며 “(VAR) 판단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성용이 공을 빼앗긴 지점은 페널티 박스 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페널티킥 선언’이나 ‘득점 장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도입한 VAR 판단 대상으로는 △득점 장면 △페널티킥 선언 △레드카드 △다른 선수에게 잘못 준 카드 등 승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면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 모두를 VAR 분석할 수 없고, 레드카드 기준도 심판마다 달라 사실상 주심의 판단하에 판독은 이뤄진다고 할 수있다.

VAR 심판 4명은 경기장 내 37개 카메라 모니터가 설치된 방안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파울을 발견하면 주심에게 신호를 주기도 하지만 이것도 주심이 수용하지 않으면 판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VAR에 있어서 주심의 권한은 막강하다. 애매한 상황에서 주심이 VAR을 받아들이면 경기는 중단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
결국 VAR 판독권한은 주심에게만 있고, 선수의 판독요청도 경고사유가 돼 적극적인 요청도 쉽지 않다.
◆끊이지 않는 VAR 논란…“유럽권 유리” 음모론도
주심의 주관적 판단아래 VAR이 이뤄지다 보니 러시아 월드컵에서 오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벨기에와 튀니지의 경기가 있었던 23일 전반 벨기에 미드필더 에덴 아자르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튀니지 수비수 시암 벤 유세프의 태클에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지만 튀니지 선수들은 시암 벤 유세프의 태클 위치가 라인 바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심은 VAR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벨기에의 PK 득점으로 이어졌다.

지난 20일 모로코와 포르투갈 전에도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다 팔에 맞았지만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모로코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VAR 판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다 보니 편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똑같은 장면에서 한 장면만 선택하고 다른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감춘다면 VAR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덴마크, 스웨덴, 세르비아, 이란 등에선 월드컵 VAR 판정으로 인한 불만이 폭발했다. 일각에서는 “축구 약소국에만 불리하다”며 “유럽 팀에게 유리하게 판정하는 거 아니냐”는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앞으로 VAR이 축구 경기를 지배할 것” 비아냥도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이자 스페인 명문구단 레알마드리드의 전 감독 지네딘 지단은 VAR에 대해 “판정을 기다리는 데 3~4분이 걸린다”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축구의 매력인 박진감 넘치는 템포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스웨덴전에서는 김민우의 파울이 있고 20여초가 지나 상대방 진영으로 공이 넘어간 뒤에야 VAR 판독 휘슬이 불렸다. 결국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경기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VAR 때문에 문전 근처에서 거친 몸싸움과 태클은 더욱 금기시됐고, 그만큼 월드컵에서 거친 플레이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VAR 심판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제프 블래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VAR 심판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며 “남미나 유럽 또는 다른 심판이 있다면 그들 모두 문제 상황에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어 모든 경기에 같은 심판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술에 대한 반대는 아니며 단지 일관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행 후 페널티킥 수 급증…월드컵 최대 페널티킥 전망
VAR 시행으로 페널티킥 선언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역대 월드컵 사상 최다 페널티킥이 선언된 대회는 1990년 이탈리아,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전 경기에서 18개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13개의 페널티킥이 나왔다.
이번 월드컵에선 24일 대한민국 대 멕시코전 이전 치러진 28경기 기준 14개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14개의 페널티킥 중 6개는 VAR 판정 후 내려진 것이었다.
아직 36경기가 남았다. 이번 월드컵은 VAR 여파로 역대 최다 페널티킥 월드컵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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