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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칼럼] 이상한 ‘론스타 ISD 판결’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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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4 23:35:13 수정 : 2018-06-24 17: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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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매각 지연 손해” 한국 제소 / 최종 변론 후 2년 지난 지금까지 / 판정 여부·결과 등 이례적 비공개 / 통상전쟁 시대 깜깜이 진행 안돼 정부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패소해 외국 회사에 7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란 다야니사 소유 회사가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과정에서 계약이 해지되었는바, 자산관리공사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의 공정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그런데 이것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ISD 제소 의향서를 송부해왔다. 이미 국내 법원에서 박근혜정부 개입의 불법성이 확인된 사안이라 ISD에서도 패소 가능성이 있다. 수천억원대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금융위기 때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미국의 론스타사는 2007년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으나 정부가 승인해주지 않아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론스타는 이때 입은 시세차익과 과세 조치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며 2012년 ISD 제소했다. 이미 2016년 6월 양측이 최종변론을 마쳤고, 8월 재판비용 지불에 대한 입장서까지 제출 완료했다. 그런데도 최종변론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판정이 내려졌는지 여부는 물론 판정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배상금이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여, 정부가 이 금액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데도 말이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최종변론 이후 늦어도 6개월 이내에는 판정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말로 아직 판정이 내려지지 않은 것인지, 양측이 판정 결과 발표를 미루기로 합의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끌기 위해 억지로 취소소송을 제기해둔 것인지 전혀 알려지고 있지 않다. 만일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취소소송이라는 것이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하자(재판부 구성의 하자, 재판부의 뇌물수수, 월권행위, 판정이유 미기재)만 다루는 소송이라는 점에서 판정결과가 번복되기는 매우 어렵다. 더구나 취소소송을 위한 소송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에 정부예산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ISD는 투자기업에 의한 무분별한 정부 제소 관행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더구나 투기적 단기자본 투자자까지 투자기업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더구나 금융위기 시 정부의 적극적 투자 규제 권한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지난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관련조항의 개정을 요구할 만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측 다른 요구를 100% 수용하면서까지도 한·미 FTA ISD 조항의 문제점조차 제대로 요구하지 못했다. 농산물 추가개방 문제는 미측이 처음에만 요구하고 막판에는 스스로 요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를 끝까지 방어해낸 것이 재협상의 최대 성과인 것처럼 정부는 공식 발표했다. 우리 정부의 환율 개입 내역 공개요구를 미측이 제의했다는 사실도 전혀 알리지 않다가, FTA 재협상 타결 이후 슬그머니 수락해버리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차라리 FTA 재협상 시 환율 문제를 공식 수용했더라면 ISD 조항 개정과 주고받기 협상으로나 이끌 수 있었던 이슈를 왜 떼어내 나중에 아무 대가도 없이 수용해 버렸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지금은 론스타 ISD 사건에 대해 불투명하고 비정상적인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치열한 국제사회의 현실 속에서 국익을 추구해야할 통상대국의 통상부문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내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통상외교를 수행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체제와 인적 구성으로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통상전쟁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다.

객관적 정보 분석에 기해 냉철한 대안을 도출하고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이를 대외적으로 관철해나가도 모자라는 판에 정보왜곡과 사실은닉으로 국내정치의 입맛에 맞게 정보를 각색해 통상외교 전선으로 나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협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한번 왜곡된 선행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된 왜곡과 은닉이 뒤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비용은 국민과 기업의 세금으로 지불될 텐데도 모든 국민적 관심과 언론의 초점은 남·북·미 정상회담 정국에 쏠려있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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