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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직원 실시간 감시?… 'CCTV 갑질' 논란

입력 : 2018-06-22 19:06:04 수정 : 2018-06-22 23: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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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측 “근무 감시·관리인력 대체용” / 사측 “화재·안전사고 등 예방 차원” / 사무실 안쪽도 설치 '의심 부채질'
“숨이 막혀 못 살겠어요. 안전은 무슨, 인건비 아끼려는 거죠….”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공장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측에선 ‘화재 방지와 안전사고 예방’ 등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실시간으로 근무 태도를 감시하는 데 쓰인다는 뒷말이 파다하다. 기존 설치된 250여대에서 더 늘린다는 소문도 돈다. 하루종일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느낌은 여간 섬뜩한 게 아니다. 탈의실 바로 앞까지 설치된 CCTV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A씨는 “주 52시간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관리·감독자들 수를 줄이겠다는 속셈도 있는 것 같다”며 “감시를 더 강화하면서 일과시간엔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최근 CCTV를 둘러싼 노사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사사건건 개입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많이 주니까 그만큼 더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관리 인력을 CCTV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된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서울고용노동청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종로구 소재 L사를 압수수색해 하드디스크와 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 스티커·라벨 등 제조업체인 L사 노조는 지난 18일 “사측이 CCTV 등으로 노조원을 감시하고 협박하는 등 위법을 저질렀다”며 김영주 고용부 장관에게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출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에 이어 이달 18일에도 국내 한 중견 타이어업체가 CCTV를 이용한 감시 실태가 폭로돼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CCTV는 반드시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어떤 목적인지, 어느 범위까지 찍는지 등도 안내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CCTV는 본래 목적 외 사용이나 임의조작이 금지돼 있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 굳이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사무실 깊숙한 곳까지 CCTV가 생겨나는 점은 근로자들의 의심을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사무실에 CCTV가 설치됐다고 제보된 회사는 383개사에 이른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접수한 CCTV 관련 제보는 모두 37건이었는데 ‘감시 갑질’이 23건(62.1%)으로 절반이 넘었다. 공익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당사자가 동의를 하더라도 노동 감시를 위해 CCTV를 설치할 순 없다”며 “CCTV 감시 갑질은 꾸준히 제보가 들어오는 분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무로 CCTV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업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적인 활동을 금지하는 차원에서 감시수단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권 침해 논란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최근 CCTV 설치로 사측과 마찰을 빚은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사실상 ‘빅브러더’로 감시형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런 환경에서 누가 제대로 일하겠느냐”며 “CCTV 설치가 곧 안전과 직결되진 않는다. 직원들 근태를 감시하고 관리인력을 줄이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수·김청윤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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