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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주52시간 근무제 탓? 곳곳서 CCTV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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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2 16:23:49 수정 : 2018-06-22 16: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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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혀 못살겠어요. 안전은 무슨, 인건비 아끼려는 거죠….”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공장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회사 측에선 ‘화재 방지와 안전사고 예방’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시간으로 근무태도를 감시하려는 데 쓰인다는 뒷말이 파다하다. 기존 설치된 250여대에서 더 늘린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어 그의 걱정은 더 크다. 하루종일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느낌이 여간 섬찟한 것이 아니었다. 탈의실 바로 앞까지 설치된 CCTV를 보면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A씨는 “주 52시간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관리·감독자들의 수를 줄이겠다는 속셈도 있는 거 같다”라며 “감시를 더 강화하면서 일과시간엔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최근 CCTV를 둘러싼 노사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사사건건 개입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여기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종의 ‘보상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이 주는 만큼 더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관리 인력을 CCTV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른바 ‘CCTV 갑질’에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국내 한 중견 타이어업체 전직 직원은 한 언론을 통해 “지부장이 쉬고 있는 직원의 CCTV 매장 화면을 단체 카톡에 올리며 ‘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다그치고 불 꺼진 매장 CCTV를 올리며 ‘퇴근 보고 없이 매장을 닫았다”고 감시 실태를 폭로했다. ‘노조 와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삼성전자서비스도 지난 4월 보안용 CCTV를 통해 노조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CCTV는 반드시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해야 하며 어떤 목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찍는 지에 대해 안내문이 필수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CCTV는 본래 목적 외 사용이 일체 금지되고 임의조작이 금지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보안이 필요한 비상구 등외에도 굳이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 사무실 깊숙한 곳까지 CCTV가 들어서고 있는 점은 근로자들의 의심을 부채질하는 대목이다. 기업정보플랫폼 잡플래닛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사무실에 CCTV가 설치됐다고 제보된 회사는 383개사에 이른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접수한 CCTV 관련 제보는 모두 37건이었는데, 이중 ‘감시 갑질’이 23건(62.1%)으로 절반이 넘었다. 공익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설령 당사자가 동의를 하더라도 노동감시를 위해서는 CCTV를 설치할 수 없다”며 “CCTV 감시 갑질은 꾸준히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근 CCTV 설치로 사측과 마찰을 빚은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사실상 ‘빅브러더’로 감시형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인 데 이런 환경에서 누가 제대로 일하겠느냐”라며 “CCTV 설치가 곧 안전과 직결되진 않는다. 직원들의 근태를 감시하고 관리 인력을 줄이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수·김청윤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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