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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주52시간 근무제 논란…'韓=과로사회' 오명 벗을까?

입력 : 2018-06-22 05:00:00 수정 : 2018-06-21 13: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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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동시간 단축은 시대적 흐름입니다. 제대로 정착되면 노동자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생산성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52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07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보다는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비효율적 근무관습이 생겨난 것도 장시간 노동 탓입니다. 낮은 국민 행복지수, 높은 산업재해율과 자살률도 이런 장시간 노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업 현장에서는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어디까지가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혼선도 불가피합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 시 도입될 유연근로제와 포괄임금제도 노사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곳곳에 혼선의 소지와 노사갈등의 여지가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의 앞길은 순탄할 것 같진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워라벨',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입니다.

새로운 법이 적용되는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혼선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일선 기업 현장에서 제도 적용 범위를 놓고 적지않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업무의 범위뿐 아니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근로자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노사 간 견해가 엇갈리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근로기준법 63조와 시행령 34조에 따르면, 관리·감독 업무 또는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도 적용받지 않게 된다.

하지만 법이나 시행령에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를 놓고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행정해석과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부하 직원을 관리·감독한다고 해서 근로시간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는 '근로조건의 결정 등 노무관리에 있어서 경영자와 일체적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사업장의 노무관리 방침 결정에 참여하거나 노무 관리상 지휘·감독 권한을 지니고 있는지 △출퇴근 등에 있어서 엄격한 제한을 받는지 △그 지위에 따른 특별수당을 받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행정해석이다.

판결도 마찬가지다. 판례는 "회사의 감독이나 관리의 지위에 있는 자로서 기업경영자와 일체를 이루는 입장에 있고 자신의 근로시간에 대한 자유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근무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로 보면서 위 3가지 기준을 판단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52시간 근무제' 적용되는 근로자 범위 어디까지?

정부는 2015년 지점장이 근로기준법상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한 전자제품 도소매업체 질의에서 이 회사 위임전결규정 등으로 미뤄 해당할 수 있다는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 회사 지점장이 △매출실적 관리, 고객관리 등을 총괄하고, 지점 소속 직원에 대한 휴가승인 등의 복무관리 및 근무평정에 관한 지휘·감독 권한을 보유한 점 △직무 수행에 따른 별도의 특별수당을 매월 고정적으로 받는다는 점 △출퇴근에 있어서 엄격한 통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관리·감독업무 종사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자인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업무 내용 및 근무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규정뿐 아니라 실제 업무 내용과 근무실태가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팀장급 이상이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에 해당하는지 묻는 다른 업체의 질의에는 '본부장', '센터장'의 경우 관리·감독업무 종사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행정해석이 있다. 이 업체의 본부장과 센터장이 세부 사업계획 수립과 연간 경영목표 수립 등에 대한 결정권과 본부·센터 소속 직원에 대한 노무 관리상의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수당을 받진 않지만 일반 직원과 달리 출퇴근 등에 있어서 엄격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다만 팀장의 경우 팀 소속 직원에 대한 노무 관리상의 지휘·감독 권한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사업계획이나 경영목표 수립 등 중요업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다고는 볼 수 없어 노무관리에서 경영자와 일체적인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진의 비서도 근무실태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상 근로시간 규정 제외 대상인 '기밀의 사무를 취급하는 자'는 '비서 기타 직무가 경영자 또는 관리직 지위에 있는 자의 활동과 일체 불가분으로 출퇴근 등에 있어서 엄격한 제한을 받지 않는 자를 의미한다'는 것이 행정해석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외에도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 종사자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채포·양식 사업, 그 밖의 축산, 양잠, 수산 사업 종사자 △감시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자 등이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이들로 명시돼 있다.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에는 경비원, 운전기사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이사 등 임원의 경우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례가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법인등기부에 등재되지 않은 비등기 이사도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포괄적인 위임을 받아 위임받은 업무의 집행권을 행사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며 근로시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 행정해석이다.

◆재계 "근로시간 단축 6개월 계도기간 환영"

이런 가운데 재계는 지난 20일 당·정·청이 다음달부터 실시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데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이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인 만큼, 유예기간에 산업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초 시행 일정이 10여일 남은 시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정책의 허술함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 등 여러 가지 여건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하게 되면 시행착오가 잇따를 것으로 걱정했는데, 그나마 계도 기간을 두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늦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이제라도 수용해서 다행"이라면서도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이처럼 허술하게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접근 방식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본격적인 시행이 늦춰진 만큼 제도의 취지는 극대화하면서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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