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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루이15세 애첩 퐁파두르가 바꾼 샴페인 역사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6-18 10:00:00 수정 : 2018-06-18 0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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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5세 칙령으로 주류중 샴페인만 유리병에 담겨
샴페인 드 브노쥬 최초의 일러스트 레이블 만들어
우아한 여인의 드레스 닮은 병 디자인도 처음 선보여
샴페인 드 브노쥬 루이 15세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 ·1721년 12월 29일~1764년 4월15일). 프랑스 황제 루이 15세의 애첩중 한명으로 20년동안 죽을때까지 루이 15세의 사랑을 받은 인물입니다. 루이 15세의 애첩들이 대부분 귀족출신이었지만 퐁파두르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평민 출신으로 루이 15세의 정부가 되고서도 차별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루이 15세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은 미모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그림, 연기, 성악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고 당대 최고의 문학가와 사상가들이 모이는 살롱을 열어 프랑스의 문화를 주도할 정도로 대단한 지적 매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특히 패션감각이 뛰어나 머리에 붙는 땋은 머리 스타일은 황태자비 시절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유럽 여성들이 모두 따라했을 정도로 당대 패션을 주도했다는 군요. 
마담 드 퐁파두르
루이 15세가 이런 퐁파두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1728년 5월 25일 발표된 법령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그는 주류중 오로지 샴페인만 유리병에 담아 유통시킬수 있다는 칙령을 내립니다. 지금은 모든 와인이 유리병으로 유통되지만 당시한햐도 배럴째 거래됐답니다. 루이 15세의 칙령으로 샴페인은 가장 고급스런 와인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된겁니다. 그런데 사실 루이15세는 노르망디에 보내기 위해 샴페인의 병입을 허용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곳에는 루이15세의 총애를 받는 퐁파두르가 살고 있었습니다. 루이 15세는 그녀에게 샴페인을 전달해두고 노르망디에서 그녀를 만났을때 마시려고 이런 칙령을 발표했다는 뒷얘기가 전해집니다.

하지만 루이 15세의 칙령은 샴페인 양조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당시 샴페인은 배럴에서 발효하고 배럴로 유통되면서 버블이 유실될수 밖에 없었는데 샴페인이 병에 담기면서 비로소 버블을 제대로 보존한 오늘날의 샴페인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때문입니다. 샴페인은 2차 병발효를 통해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시키는 쉬르리(Surlees)를 진행하면서 빵의 풍미 등을 얻게 되는데 유리병에 담기면서 이런 양조가 가능해 진겁니다.
샴페인 드 브노쥬 와이너리 전경 출처=홈페이지
샴페인의 역사를 얘기할때 빼놓을 없는 와이너리가 2015년 와이너리 건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샴페인 드 브노쥬(Champagne de Venoge)입니다. 스위스 귀족 앙리 마르크 드 브노쥬(Henri Marc de Venoge)가 1837년 프랑스 샹파뉴의 심장 에페르네(Epernay)로 이주해 세운 샴페인 하우스로 18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습니다. 건축가 샤를 블롱델(Charles Blondel)이 설계한 하우스 건물은 1896년 프릭스 데 롬(Prix de Rome)을 수상한 걸작입니다. 1882년 설립된 샴페인 최고 생산자 협회(Syndicat des Grandes Marques)의 창단 멤버인 샴페인 드 브노쥬는 뛰어난 맛때문에 왕실과 귀족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샴페인 최초의 일러스트 레이블
샴페인 드 브노쥬는 샴페인 역사에 족적을 몇가지 남겼는데 대표적인 것이 최초의 일러스트 레이블입니다. 드 브노쥬는 설립직후인 1838년 최초로 레이블에 붉은색을 사용하고 동그라미 안에 와인 병 2개를 넣은 일러스트로 꾸민 샴페인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당시 샴페인은 색깔을 넣지않고 단순하게 글자만 적던 시절이라 드 브노쥬는 디자인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소비자들이 와인을 고를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맛과 향입니다. 과일과 꽃, 야채, 견과류 등의 아로마가 풍성하고 산도, 탄닌, 알코올의 밸런스와 여운이 좋은 와인을 선택하게 되죠. 가성비도 와인을 고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와인마니아들 사이에 ‘병맛’이라고 불리는 와인 병과 레이블의 디자인입니다. 레이블이 예술 작품처럼 꾸며지거나 병 모양이 예쁘면 우선 시각적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 끌게 마련입니다. 특히 와인 병을 꽃병으로 재활용하고 병을 잘라 양초로 만드는 공예가 요즘 인기를 끌면서 병은 와인을 고를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우아한 드레스를 연상케하는 샴페인 드 브노쥬 병 디자인
드 브노쥬는 이런 ‘병맛’을 최초로 도입한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드 브노쥬는 1858년 병의 디자인을 독특하면서도 우아하게 제작한 샴페인을 선보입니다. 바로 드 브노쥬 프린스(Princes)로 밑바닥이 넓은 아름다운 카라페(carafe)의 모양을 적용했습니다. 당시 샴페인은 병입전에 효모 찌꺼기 등 부유물을 제거하는 필터링을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시기로 왕이나 귀족들은 와인 병 바닥에 찌꺼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려 크리스탈 카레페에 옮겨 마셨답니다. 이런 카라페 모양을 닮은 프린스는 바닥이 둥글 넓적해서 당시 찌꺼기를 쉽게 모을 수 있었습니다. 프린스 병의 모양은 위는 폭이 좁고 길면서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며 바닥 모서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했습니다. 마치 바닥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를 차려입고 우아하면서 지적이며 고혹적인 자태를 발산하는 마담 퐁파두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눈이 부시도록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은 처음보는 순간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갈 정도랍니다. 프린스는 당시 샴페인 하우스를 이끌던 조셉 드 브노쥬(Joseph de Venoge)가 드 브노쥬 샴페인을 좋아하던 오랑쥬 대공(Princes of Orange)의과 각별한 인연을 기리기 위해 만든 와인인데 지금은 드 보노쥬를 대표하는 샴페인이 됐습니다. 
조셉 드 브노쥬(Joseph de Venoge)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빈티지 2006

드 보노쥬의 디자인은 빈티지 샴페인 루이 15세(Louis XV)로 절정을 맞게 됩니다. 칙령을 내린 루이 15세를 기려 2005년에 선보였는데 투명한 병이 샴페인의 황금빛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듭니다. 수입사인 와이넬은 병 바닥에 램프를 달아 불이 들어오도록 특수제작해 어둠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디자인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드 브노쥬는 1988년 레드 품종인 피노 누아 100%로 빚은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를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샴페인 드 브노쥬 와인셀러 출처=홈페이지
하지만 와인이 ‘병맛’으로만 소비자들에 인기를 누릴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맛과 향입니다. 루이 15세는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995년 97점, 1996년 96점, 2006년 빈티지에 96점을 줬고, 2016년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과 2015년 문두스 비니(Mundus Vini)에서 골드메달을 받았습니다. 드 브노쥬는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의 최상급 포도로만 샴페인을 빚으며 첫번째 즙인 뀌베(Cuvee)만 사용합니다. 특히 샴페인 숙성이 공을 들입니다. 빈티지 샴페인은 법적으로 36개월 이상 숙성하지만 드 브노쥬 프린스는 48개월 이상, 루이 15세는 10년 이상 병숙성해 세상에 선보입니다. 루이 15세 최근 빈티지가 2006년인 것은 이때문입니다. 그랑크뤼 마을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절반씩 섞어 만드는 루이 15세 2006 빈티지는 숙성된 잼같은 과실향과 오랜 효모숙성에서 오는 브리오슈가 풍성하고 10년이 넘었음에서도 레몬 그라의 아로마와 산도가 신선함이 돋보입니다. 캐비어를 곁들인 우아한 전채요리, 랍스터 등의 갑각류 요리 등과 잘 어울립니다.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블랑
샴페인 드 브노쥬는 와이넬에서 수입합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프랑크 마요(Franck Mayaud) 수출담당 이사를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만나 드 브노쥬의 샴페인 양조 역사를 들어봤습니다.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블랑(Champagne de Venoge Princes Blanc de Blancs)은 그랑크뤼 마을 르메니 쉬 오제(Le Mesnil sur Oger)와 프리미에 크뤼 마을 트레파으(Trepail)의 샤도네이로 만들며 레몬, 라임 등 시트러스의 신선함과 견과류의 풍미가 뛰어납니다, 흰살 생선류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누아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블랑 드 누아(Champagne de Venoge Princes Blanc de Noirs)는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그랑크뤼와 프리미에크뤼의 피노누아로만 빚는 샴페인으로 묵직한 바디감이 돋보입니다. 스테이크, 바비큐, 갈비 등 고기류 매칭이 잘 되고 코가 뻥뚫일 정도의 산도가 돋보이네요.
드 브노쥬 프린스 엑스트라 브뤼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엑스트라 브뤼(Champagne de Venoge Princes Extra Brut)은 파노 누아 35%, 파노 뮈닝에 30%, 샤르도네 35%를 골고루 섞었으며 사과, 복숭아 등의 핵과일 향이 풍부하고 신선한 산도가 돋보이는 와인으로 조개와 굴 등 해산물과 잘 어울립니다. 
드 브노쥬 프린스 브륏 로제
샴페인 드 브노쥬 프린스 브륏 로제 NV(Champagne de Venoge Princes Brut Rose NV)는 블랑 드 누아 처럼 피노 누아 100%로 만들지만 발효를 짧게해서 보다 가벼운 스타일로 만들었습니다.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서 다양하고 화려한 봄꽃의 향연이 펼쳐지며 우아하고 섬세한 버블이 인상적입니다. 치즈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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