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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지구의 번개, 목성의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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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4 21:02:01 수정 : 2018-06-14 2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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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발생 유형 놀랄 정도로 유사/ 행성 내부의 비밀 한발 더 접근 기대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나기와 번개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다. 번개는 화재를 유발하거나 전기시스템을 손상시킬 수도 있고, 항공기 운항의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의 번개와 이를 뒤따르는 천둥이 주는 공포심으로 인해 과거의 인류는 번개를 신 자체나 신의 분노의 징표로 받아들였다.

번개는 급격한 상승기류를 포함하는 적란운에서 주로 발생한다. 우리가 겨울철 마찰에 의해 정전기를 경험하듯 적란운에 포함된 미세한 얼음 알갱이와 비교적 큰 싸락눈의 충돌은 양쪽에 정전기를 만든다. 비교적 가벼운 얼음 알갱이는 양의 전하를 띠며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싸락눈은 음의 전하를 띠며 뇌우의 아래에 자리 잡는다. 구름에 축적되는 이 대량의 전하는 구름 내부나 구름과 지상 사이에 수천만 볼트 이상의 엄청난 전압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중성의 공기가 이온화되고 전도성 채널이 만들어지면, 이를 통해 구름 내 축적된 전하가 방전되면서 순식간에 거대한 전류의 흐름, 즉 번개가 발생한다. 번개 내 플라스마의 온도는 수만 도에 달할 정도로 뜨겁기에 주변의 공기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충격파를 형성해 우리가 천둥이라 부르는 격렬한 소리를 만든다.

번개는 지구상에서 1초에 40회 이상, 1년이면 10억번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구름에서 지상을 향해 내리치는 벼락이 가장 친숙하지만, 사실 구름 내부나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치는 번개가 더 보편적인 현상이다. 번개를 형성하는 적란운은 공기의 대류가 활발한 곳에서 만들어지므로 지구상에서 번개를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열대지방이다.

자연에서, 혹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파괴적인 역할만 해왔을 번개도 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선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생명체에게 무용한 기체 질소는 번개가 내리칠 때 엄청난 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동식물에 유용한 고정 질소로 변한다. 독일의 하버와 보슈가 20세기에 질소 비료를 만드는 공법을 발명하기 전에는 박테리아와 번개가 고정 질소 형성의 주요한 요인이었다.

최근 과학자들은 목성 주위를 돌고 있는 탐사선 주노가 조사한 목성의 번개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번개가 칠 때 다양한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형성하는데, 주노에 달려 있는 라디오파 검출기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목성과 지구의 번개 발생 유형이 놀랄 정도로 유사했다. 이 연구 결과는 다른 한편으로 지구에서는 적도 지역에서 번개 활동이 가장 활발하지만 목성의 경우 북극이 번개의 주요 활동 무대라는 점도 밝혔다.

번개의 발생은 행성 내 대기의 흐름, 특히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는 대류현상이 활발한 지역에 대한 정보를 준다. 즉 목성의 북극에 번개 발생이 집중돼 있다는 것은 목성 내부의 열에너지가 북극에서 가장 활발히 외부로 방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목성을 포함한 행성의 번개 연구는 바로 해당 행성의 대기순환과 에너지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킬 것이다.

지구에서 각지에 설치된 라디오파 검출 장치와 저궤도 위성의 측정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번개의 발생 영역을 추적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언젠가 목성의 대기 속과 궤도에도 다양한 측정 장비가 설치돼 태양계의 맏형인 목성 내부의 비밀을 더 깊이 파헤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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