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펜스 룰과 교육자, 그리고 교육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8-06-14 21:02:32 수정 : 2018-06-14 21:02: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올 초부터 불어닥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으로 최근 교육현장에 ‘펜스 룰’(Pence Rule)이 확산되고 있다. “아내 외의 여자와는 식사하지 않는다”고 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름을 딴 펜스 룰은 이성과 아예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교 운동회 시간에 남교사와 여학생이 다리 한쪽을 묶고 달리는 ‘2인3각 달리기’ 종목을 취소하는가 하면, 사제지간의 신체 접촉 자체를 금지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심지어 남자 선생님이 오해받지 않으려고 수업시간에 벽시계를 보고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교육자로서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부산교대 교수
혹여 이런 현상이 그동안 교육자의 일부라도 잘못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교육자들은 현실적으로 펜스 룰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품행을 더욱 조심하고 신경써야 할 것이다.

다만 펜스 룰 확산으로 사제 간 교육적인 접촉마저 차단되고 교육 본연의 활동이 위축돼 학교현장에서 교육적 지도와 성과가 이뤄지지 않거나 반감되는 부작용이 생겨나는 것은 문제다. 이는 교육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건강한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특성상, 교수·학습과 학생지도 등의 다양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교육자와 학생 간 적절한 신체적 접촉이 필요하거나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적절한 신체 접촉이 학생에게 훨씬 더 힘이 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어서다. 남녀 간의 바람직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교육의 역할이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사제 간 접촉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펜스 룰의 취지까지 왜곡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적 접촉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미투운동 대상으로 지목하거나 교육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매도하는 분위기를 의식해 교육자들이 훈육 등에서 손을 놓는 ‘교육 포기’현상마저 나타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의 신체 접촉을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할 경우 해당 교사는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이 진술을 번복했음에도 학생을 성희롱했다고 판단한 행정기관의 무리한 조사로 자살한 바 있다. 학생과 학부모, 제3자에 의한 교권침해 비중도 증가 추세다.

따라서 펜스 룰 확산의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펜스 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육자의 정당한 지도와 훈육 등의 교육활동이 보장되도록 교육활동 과정상의 신체 접촉 허용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한국교총이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70%가 신체 접촉 허용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와 6·13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이 조속히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얘기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교육과 학생의 미래를 위해 교육자의 정당한 지도와 성폭력·성희롱 등을 구분하는 현명함을 발휘했으면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펜스 룰이 확산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부산교대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김나경 '비비와 다른 분위기'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