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비핵화 큰 틀만 합의… 후속 회담에 ‘核 폐기’ 성패 달렸다

입력 : 2018-06-13 06:00:00 수정 : 2018-06-13 06:31: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공동성명·기자회견 내용 / 비핵화와 검증 / 최소한의 사찰·검증 언급 빠져 / 세부사항 논의 고위급 회담으로 / 美, ‘조기 적재’ 요구도 관철 못해 / 北, 준비접촉 내내 소극적 태도 / 비핵화 아닌 핵군축 요구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후 내놓은 공동성명에는 최대 현안인 비핵화의 원칙이 담겨 있으나 세부 사항이 빈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세기의 빅딜’이 벌어졌으나 비핵화 결과물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화기애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다.
싱가포르=AP연합뉴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정상회담보다는 진전된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명문화하는 데 반대하더라도 그런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북한이 최소한 검증과 사찰을 보장하는 정도는 받아들여야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의 체면을 지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방송에 “이런 정도의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미국 국민에게 설명할지 모르겠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싱가포르 현지 브리핑에서 “CVID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CVID에서 중요한 것은 V(Verifiable)”라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 추진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공동성명에 CVID가 빠졌을 뿐 아니라 사찰과 검증에 관한 언급이 일절 생략됐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무대를 제공하면서도 검증 가능한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향후 협상에서 어떻게 이를 관철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론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포함된 많은 인력을 투입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직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김 위원장이 모든 곳을 비핵화할 것”이라며 “그가 이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서 많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북한 리용호 외무상,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주성 통역관,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미국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이연향 통역국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 정상회담 후 서명한 공동성명.
싱가포르=AFP연합뉴스
트럼프 정부가 CVID와 사찰·검증에 관한 북한 측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절대적인 회담 준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미 정부 측의 설명이다. 향후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 원칙을 흔들림 없이 관철하겠다는 게 미 정부 입장이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 준비 접촉 내내 비핵화에 소극적 자세로 임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회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트럼프 정부가 내세웠던 ‘조기 적재’(front-loading) 요구도 무위에 그쳤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을 위해 북한의 핵무기 및 핵시설의 일부를 폐기하거나 해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북한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미국은 기대했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두 정상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나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의 조기 개최에는 합의했다. 당초 예상대로 비핵화 원칙만 확인하고 세부 사항을 ‘하위 채널’로 넘긴 것이다. 그러나 고위급 회담은 단기간 내 끝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트럼프 정부도 역대 미국 정부처럼 북한과 장기간에 걸친 회담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처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 합의문 자체로는 9·19 공동성명보다도 퇴보했다”며 “매우 실망스럽다. 대북 비핵화 협상은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단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김정은·트럼프 공동성명 전문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들을 주제로 포괄적이고 심층적이며 진지한 방식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조·미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아래와 같은 합의사항을 선언한다.

1.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2.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3.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POW), 전쟁실종자(MIA)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조·미 정상회담이 거대한 중요성을 지닌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조·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행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성명에 적시된 사항들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관련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

도널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조·미관계의 발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 안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