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민복은 사회주의국가 지도자의 ‘상징’이다. 청 왕조 붕괴 후 신해혁명(1911년)으로 중화민국 임시정부 초대 총통에 오른 쑨원이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쑨원은 변발 자르기와 의복 개혁을 실시하면서 주름이나 장식을 없애고 주머니와 덮개를 달아 실용적인 옷을 만들었다. 쑨원의 호 ‘중산’을 따 ‘중산복’으로 불린다. 이후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 주석과 레닌 등 사회주의 노선을 걷는 지도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어 유명해졌다. 1972년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 당시 마오쩌둥은 인민복 차림이었다.

어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북·중 정상회담 때 복장과 달리 줄무늬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흰색 와이셔츠를 입어 대조를 이뤘다. ‘승부사’인 그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 슈트를 주로 입고, 성격만큼 강렬한 붉은색 넥타이를 즐겨 맨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회담인 만큼 북한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양복을 입고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일성 주석은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핵 회담 때 양복을 입은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회색 인민복을, 2007년 정상회담 때는 짙은 베이지색 개량형 인민복을 입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 위원장은 ‘전투 복장’을 입고 담판에 나섰다. 일종의 ‘기싸움’이 아니었을까.

정상외교에선 드레스 코드도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인민복은 새로운 북·미 관계는 열겠지만 정권·체제 유지를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붉은색 넥타이 착용은 상대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패션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파워 타이’라고 불린다. 다행스레 두 정상은 공동합의문을 내고 추가 회담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이 양복 차림으로 워싱턴에 가 북·미 수교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채희창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
  • 김나경 '비비와 다른 분위기'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