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훌륭한 대화를 나누고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 그(비핵화)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후 오후 1시41분(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2층 서명식 행사장에서 공동성명(Joint Statement)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오후 1시39분부터 약 6분간 진행된 서명식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 먼저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자리를 권했다. 착석하자마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각각 테이블 쪽으로 이동해 펜을 꺼내주고 책상을 정리했다.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하는 순간 양측 참모진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명식을 마친 두 정상은 1층 입구까지 함께 대화를 나누며 계단을 내려갔고 참모진이 뒤따랐다. 공동성명 서명식은 단독·확대정상회담 → 업무 오찬 → 산책에 이어 진행됐다.
서명에 앞서 두 지도자는 업무 오찬 후 통역을 대동하지 않은 채 단둘이 회담장 주변을 산책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 다리 산책을 연상케 했다.
산책길 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업무 오찬을 마친 뒤 회담장 주변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전용 리무진인 캐딜락원 내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캐딜락원 쪽으로 데려가자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원이 캐딜락 문을 살짝 열어 내부를 김 위원장에게 보여줬다. 목소리가 취재진에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차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을 들으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찬은 7 대 7로 진행됐다. 북한 측에서는 김 위원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당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副相·차관), 한광상 당 중앙위 부장이 참석했다.
오찬장 도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오찬장에 도착하고 있다. 싱가포르=AP연합뉴스 |
전 세계가 기대한 ‘햄버거 오찬’이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업무 오찬 분위기는 좋았다. 일부 예상과 달리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공연은 없었다. 오찬은 전채요리, 메인코스, 후식 순으로 제공됐다.
메뉴는 미국 등 서양식 음식에 더해 오이선, 대구조림 등 한식요리가 테이블 위에 올라 북미 간 화해와 교류의 의미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전채요리로는 아보카도 샐러드와 전통적인 새우 칵테일, 꿀 라임 드레싱을 곁들인 망고 및 신선한 문어회, 한국식 오이 요리인 오이선이 나왔다. 이어 레드와인 소스와 찐 브로콜리를 곁들인 소갈비 요리, 바삭바삭한 돼지고기가 들어간 양저우식 볶음밥, 대구조림이 메인 음식이었다. 디저트로는 다크 초콜릿 타르트와 체리 맛 소스를 곁들인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다. 한식이 돋보인 두 정상의 첫 오찬 음식에는 북·미 간 화해와 교류라는 정치·외교적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싱가포르=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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