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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테너, 하나의 음역… 미성 즐기길”

입력 : 2018-06-12 21:03:18 수정 : 2018-06-12 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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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숄 내한 간담회
“어떻게 남자가 여자 목소리를 내느냐는 편견을 무대 위에서도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제가 여성으로서 노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51·사진)은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카운터테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닌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알토와 같은 하나의 음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190㎝가 넘는 큰 키에 평소 나지막한 중저음으로 이야기하는 숄은 훈련을 통해 남성 최고 음역인 테너를 넘어 여성의 음역대로 노래할 수 있는 카운터테너가 됐다.

카운터테너는 흔히 영화 ‘파리넬리’에 등장하는 여성 음역을 가진 남성 가수 카스트라토와 비교되기도 한다. 카스트라토가 물리적 거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고음의 목소리를 유지했다면, 카운터테너는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을 소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는 “카운터테너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카운터테너는 ‘여자의 목소리를 지닌 남자’(man with the voice of woman)가 아닙니다. 이 같은 수식 자체가 ‘남성은 강해야 하고,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편견과 맞닿아 있는거죠. 저는 그저 제 가장 깊은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런 소리로 노래할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목소리 톤이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아니라 그것이 음악과 얼마나 어울리느냐라는 얘기다.

“카운터테너는 헨델의 오페라나 바흐의 오라토리오 등 한정된 영역에서 특별한 소리를 보여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한 명의 성악가, 즉 테크닉적으로 완벽하고 드라마틱한 표현이 가능한 광범위한 능력을 갖춘 가수로 이해해야 합니다.”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난 숄은 어린 시절 소년합창단에서 노래하며 자연스럽게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됐다. 변성기를 거친 뒤 고음악전문아카데미인 바젤음악원의 스콜라칸토룸에서 당시 최고의 카운터테너인 르네 야코프스와 리처드 레빗의 지도를 받았다. 1993년 르네 야코프스의 대타로 무대에 올랐다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우아한 미성과 주옥같은 음반으로 정상급 카운터테너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에게 유독 사랑받는 성악가이기도 하다. 숄이 직접 작곡한 ‘백합처럼 하얀(White as Lillies)’은 국내 한 자동차회사 광고에도 쓰이며 유명해졌다. 그는 이 곡에 현대적인 사운드를 접목해 새로운 버전의 음악과 영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뮤직비디오 영상에는 제가 지난 이틀간 찍은 한국의 정경이 담길 예정이에요. 북촌 한옥마을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굉장히 현대화된 도시 안에 옛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더군요.”

숄은 오는 14~16일 고음악 연주단체인 ‘잉글리시 콘서트’와 함께 천안예술의전당 대극장(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15~16일) 무대에 오른다. 그의 내한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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