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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정부+시장경제’ 싱가포르 꿈꾸는 중국

입력 : 2018-06-09 03:00:00 수정 : 2018-06-08 20: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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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이 장기집권하며 부강하고 청렴한 나라 / 덩샤오핑,싱가포르 모델로 ‘중국의 미래’ 설계 / 1980년대 초부터 리콴유와 교류하며 준비 /
“싱가포르 같은 도시 1000개 만들고 싶다”
임계순 지음/김영사/2만8000원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임계순 지음/김영사/2만8000원


리콴유(1923∼2015)만큼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제대로 이해하는 국가지도자는 없다. 생전에 리콴유는 시진핑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대범하고 시야가 넓으며, 통찰력이 깊고 신중하고 당당한 데다 카리스마까지 넘치는 인물이다. 문혁 기간 동안 시련을 겪었지만 이를 잘 극복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에 비할 만하다”고 했다.

임계순 한양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중국의 미래형으로 싱가포르를 꼽는다. 리콴유와 덩샤오핑은 1980년대 초부터 교류하면서 중국의 미래를 설계했다. 리-덩의 교류는 국제정치학계에서 크게 조명받지 못했으나, 오늘날 중국 경제의 성공은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저자는 풀이한다.

덩샤오핑은 리콴유에게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가 1000개 생기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덩은 80년대 중반부터 싱가포르의 경제책임자를 중국정부 고문으로 위촉해 공산당 간부-정부 관료들을 교육하도록 했다.

리콴유(왼쪽)가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이 개혁개방에 나설 무렵 싱가포르를 방문한 덩샤오핑을 공항에서 영접하고 있다. 리와 덩은 중국의 미래를 싱가포르처럼 만들자는 논의를 했을 것이다.
신화통신
2012년 11월 집권한 시진핑 또한 덩의 가르침을 따라했다. 인구 14억의 거대 국가 중국이 인구 500만 명에 불과한 싱가포르에 수십년 전부터 수만 명의 관료들을 파견해 공부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인가. 싱가포르의 ‘강한 정부+자유시장경제’를 따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리콴유는 덩샤오핑에게 “싱가포르가 할 수 있는데 중국이 왜 건설할 수 없겠는가? 만들어도 더 좋게 잘 만들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지금은 이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중국의 쑤저우공업도시, 톈진생태도시, 광저우지식도시와 같은 ‘싱가포르형’ 도시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 도시화에는 싱가포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서비스업 기업들이 큰 기회를 잡고 있다. 정보 통신 기술, 물류, 금융, 교육과 의료업 방면에 중국 측과 투자와 합작이 대량 진행되고 있다. 도시화는 연안에서 시작하여 점차 내륙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우리가 생각하는 지도상 한 점에 불과한 일개 도시국가가 아니다. 싱가포르가 건설한 해외 공업단지의 면적이 싱가포르 영토 171개에 상당한다(약 12만2949㎢). 남한 땅(9만9720㎢)보다 넓다. 싱가포르는 이 넓은 지역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공업단지 복제 대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싱가포르는 법치국가다. 법이 권력기관을 관리하며, 국민은 결사와 결당의 자유가 있으며 정권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집권 인민행동당이 장기집권하고 있고 반대당은 집권한 적이 없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리콴유 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임 명예교수는 시진핑에게 강력한 정부를 주문한 이는 다름아닌 리콴유라고 보았다.

시진핑 역시 개혁 추진과 완성을 위해 절대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리콴유처럼 슈퍼맨이 되고자 새로운 정치·경제·군사·안보·사법 조직의 수장이 되어 한 손에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핵심’이라는 칭호도 받았다.

시진핑은 저항 세력을 제거하고 개혁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고 있다. 권력의 중앙집권화는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미국 일본 한국 등 서방 언론들이 “일당독재 체제 공고화, 내지 시황제”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본질을 모르는 소리라는 것이다.

중국이 싱가포르를 눈여겨본 가장 큰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 인구 74%가 중국 출신으로 친밀감이 있고, 서양식 발전 모델 대신 ‘경제가 먼저이고 민주는 나중’이라는 싱가포르만의 방식이 그것이다. 특히 중국공산당처럼 일당이 장기집권하는 국정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엄격한 법치로 공직자의 청렴과 효율을 도모한 싱가포르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 지도자들이 서방 각국을 방문하면서 받은 질문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 자유화하면 중국공산당은 깨질 것이란 뉘앙스를 내포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성공했고, 베이징컨센서스라는 중국모델을 만들어냈다. 미국을 중심한 자칭 중국 전문가들조차 중국의 성공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이다. 중국의 성공을 종래 국제정치학 학설로는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싱가포르처럼 변화할 것인가는 결국 ‘법치’에 달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부정과 부패를 혁파하려는 시진핑의 정책도 법치 실현과 맥이 닿아 있다. 저자는 “법보다 도덕에 가치를 둔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중국은 싱가포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법치가 아니면 부패의 완전 척결은 어렵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 임 명예교수는 40여년간 중국을 연구한 석학으로 이름이 높다. 이 책은 그 결실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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