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러한 기대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기는커녕 ‘한반도의 주도권 확보’라는 목표를 증진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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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
무엇보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6·25전쟁의 종전(終戰)문제를 논의하게 됐다. 종전선언으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최소한의 평화유지활동으로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적극적 경제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이전에 감행했던 도발과 잔혹 행위는 잊혀져 가고 인권침해도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등 성과가 작지 않다.
이렇듯 올해 초까지 극단적으로 고립된 채 회생의 기미가 없던 북한이 어떻게 이와 같이 기사회생하고, 북핵 폐기를 강요당하는 위기를 종전논의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북한은 수십 년에 걸쳐 공고해진 체계적인 전략이 있고, 전술적 변용으로 그 전략을 끈질기게 구현하는 다수의 혁명 엘리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7년째의 통치경험을 바탕으로 당군정의 제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보다 더 고차원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허장성세로 실속을 챙기지 못했고, 한국 역시 일시적인 평온만 얻었을 뿐 북핵 폐기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 대북접근 방식의 성과와 문제점을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수정 및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경적필패’(輕敵必敗·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라는 격언처럼 북한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주도권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와 전략하에 있다. 이는 마치 알파고와 비슷하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국까지 완패했지만 4국에서 신의 한 수를 두며 부활한 이세돌 9단처럼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허를 찌르지 않고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한·미 양국 전략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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