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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북핵 협상’에서 북한이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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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7 21:49:20 수정 : 2018-06-07 21: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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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체계적 전략·전술적 변용 / 핵 폐기를 종전논의로 전환 / 이대론 한반도 주도권 내줘 / 한·미 대북접근방식 바꿔야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국민과 세계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에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합의가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기는커녕 ‘한반도의 주도권 확보’라는 목표를 증진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그 근거로 먼저, 지금까지의 협상을 통해 북한은 ‘선제타격’을 감행하겠다는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중단시켰다.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2017년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미국의 폭격기는 조용해졌고, 군사적 옵션의 명분은 사라졌다. 이어, 북한은 남한 정부와 국민의 지지 및 호의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한에 2007년의 ‘10·4선언’을 이행하게 했고, 77.5%가 김 위원장을 신뢰할 정도로 남한 국민의 대북 경계심은 사라졌다. 국민의 반공의식도 약화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세계적으로 평화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대화·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국가이지, 핵무장·군사적 도발·무력통일을 하려는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징적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취재경쟁에서 보듯 김 위원장은 이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일거에 회복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과 2018년 3월과 5월의 김 위원장 방중 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 정도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 중심의 국제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를 북·미 회담 직전인 9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의도가 짐작되지 않는가.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도 이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은 즉각 핵무기 폐기라는 미국의 압력도 단계적 비핵화로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원칙과 방향만 합의하면 되고 이행과정에서 다양한 술책을 부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6·25전쟁의 종전(終戰)문제를 논의하게 됐다. 종전선언으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최소한의 평화유지활동으로의 전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적극적 경제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이전에 감행했던 도발과 잔혹 행위는 잊혀져 가고 인권침해도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등 성과가 작지 않다.

이렇듯 올해 초까지 극단적으로 고립된 채 회생의 기미가 없던 북한이 어떻게 이와 같이 기사회생하고, 북핵 폐기를 강요당하는 위기를 종전논의로 전환할 수 있었을까.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북한은 수십 년에 걸쳐 공고해진 체계적인 전략이 있고, 전술적 변용으로 그 전략을 끈질기게 구현하는 다수의 혁명 엘리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7년째의 통치경험을 바탕으로 당군정의 제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보다 더 고차원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허장성세로 실속을 챙기지 못했고, 한국 역시 일시적인 평온만 얻었을 뿐 북핵 폐기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한·미 양국은 지금까지 대북접근 방식의 성과와 문제점을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수정 및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경적필패’(輕敵必敗·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배함)라는 격언처럼 북한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주도권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와 전략하에 있다. 이는 마치 알파고와 비슷하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국까지 완패했지만 4국에서 신의 한 수를 두며 부활한 이세돌 9단처럼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허를 찌르지 않고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한·미 양국 전략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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