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도박 중독, 노력하면 치료할 수 있다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18-06-03 19:16:35 수정 : 2018-06-03 19:16: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소변 급할 때 화장실 가듯/갈망 휩싸여 도박장 찾지만/생물학적 욕구와는 다르게/스스로 절제해 멈출 수 있어 40대 회사원 L씨는 도박으로 4억원을 잃어 아파트를 팔아야 했고, 부인과도 이혼한 채 매달 월급의 80% 이상을 채무로 갚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L씨는 “지금도 도박에 대한 갈망이 자주 일어난다. 도박해서 남은 빚을 청산하고 싶다”고 말한다. L씨와 같이 어떤 행동의 결과로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까지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면, 중독 가능성이 의심된다. 도박 중독자들은 가족이 고통에 빠지고 빚이 생기더라도 도박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도박중독에 빠진 이들을 이해하기에 앞서, 인간의 뇌와 관련해 알아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 인간의 뇌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둘째,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뇌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린다. 중독자들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다. 한번 중독에 빠진 뇌는 생물학적 변화를 거치게 되며, 이후로는 중독 대상에 대한 갈망이 몸에서 자연스레 일어나게 된다. 양심의 소리를 듣거나 상식에 따른 결정이 아닌 중독적 사고와 집착을 하며, 자기 문제를 부정하고 합리화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박상규 꽃동네대학교 상담심리전공 교수
결국 중독자들은 자기중심적이며 왜곡된 사고를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빈번히 망각해버린다. 도박중독에 빠진 많은 사람은 도박으로 직장을 잃고 가정이 해체되는 상황에 놓이지만, 도박에 대한 갈망이 밀려올 때 이를 알아차리고 조절하지 못한다. 이러한 갈망에 휩싸인 중독자들의 행동은, 우리가 대소변이 급할 때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생물학적 욕구와 달리 중독자에게 일어나는 갈망은 중독자 스스로 절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중독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사라지는 경우를 수많은 중독자 치료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박중독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로 인한 사회 및 경제적 비용이 연간 25조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중독자 가족이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최근에는 도박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청소년들의 도박중독 문제 또한 심각한 실정이다. 이는 향후 국가 전체에 심각한 폐해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과도 같다.

정부가 도박중독의 특성과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예방 정책을 펼 때 우리 사회의 도박 중독이 예방되고 보다 많은 중독자들이 회복될 수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적 실천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중심으로 도박중독의 예방과 회복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도박중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만큼 평소 개개인이 도박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자기의 감정을 꾸준히 주시하고 절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박상규 꽃동네대학교 상담심리전공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