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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좌석점유율 … ‘공연 성적표’ 공개 의무화 할까

입력 : 2018-06-03 19:14:45 수정 : 2018-06-03 19: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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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의원 공연법 개정안 발의 추진 예매율·좌석점유율 등 ‘공연 성적표’ 공개를 의무화하는 공연법 개정이 추진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7500억∼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공연시장 실태가 정확히 파악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공연시장 조사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었다. 각 공연의 매출액·관객 수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관객의 알권리와 산업 발전을 위해 정보 공개가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일부 공연 기획·제작사들은 돌아올 이득은 적고 부담만 가중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흥행 순위·좌석점유율 등 흥행 성적표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공연계에서 예매처·공연 기획사 등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 가입을 의무화하는 공연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세계일보 자료 사진
◆KOPIS 가입 의무화… 불이행 시 과태료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최근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연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공연장 운영자·입장권 판매자·기획제작자에 대해 통합전산망 가입과 누락·조작 없는 정보 전송을 의무화했다. 어길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으나 지난달 28일 공청회에서 금액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입법 과정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예매율·좌석점유율까지만 공개된다. 관객 수·입장권 판매액은 비공개하고 정책·학술 연구에만 활용하기로 했다. 통합전산망에 대한 거부감을 반영한 조치다. 노 의원실 관계자는 “적용 대상 범위와 적절한 과태료 금액에 대해서는 법안 검토 과정에서 수정할 여지가 있다”며 “법안 발의는 6·13 지방선거 이후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과 유사하다. 박스오피스, 공연 정보, 각종 통계를 제공한다. 그러나 하루 단위로 관객 수·매출액까지 파악되는 영화와 달리 신뢰도가 낮다. 2014년부터 시범 운영했음에도 데이터 수집률이 38%로 전체 시장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보 공개 여부를 자율에 맡기다보니 데이터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 2016년 11월 인터파크·예스 24 등 주요 예매처 6곳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운영에 청신호가 켜지는가 했지만 여전히 주목할 만한 시장 지표들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김현진 정보분석팀장은 “기획사가 정보 제공에 동의해도 담당자가 바뀌면 어느 날 데이터가 안 들어오거나 전체 매출 중 일부만 집계된다”고 고충을 전했다.

◆“데이터 없는 시장은 모래 위에 지은 성”

상당수 전문가들은 관객 알권리와 시장 선진화를 위해 정보 공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통합전산망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며 “단기적으로는 그간의 불투명한 관행이 드러나 큰 충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공연 생태계 구성에 도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연계는 빈손으로 새 작품을 올려 과거의 적자를 메우는 ‘돌려 막기’ 관행, 시장 규모 대비 과한 제작 편수 등 구조적 문제가 산적한 상태다. 이 때문에 통합전산망 운영으로 공연 시장의 투명성·합리성이 제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높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시장 정보는 절실하다. 신문철 레오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지난달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노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연 공청회에서 “지도 없이는 망망대해에 나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는 “매출액·관객 수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시장 데이터의 부재로 얼마나 수익을 얻을지조차 판단이 안 된 채 많은 공연들이 올려지고, 높은 확률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입안자와 학문 연구자에게도 정확한 데이터가 시급하다. 안성아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는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공연예술 지원은 국민에게 최종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지원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세우려면 데이터가 공개돼야 하는데, 정책 입안자들이 아직까지 정확한 시장 수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평론가는 “관객 수가 공개되지 않아, 석사과정생들의 경우 공연 매출을 추산하기 위해 극장 앞에서 들어가는 관객을 일일이 체크하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며 “정책연구 과정에 데이터가 없으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선재 예스24 ENT 본부장는 ‘공연 한류’를 위해서도 시장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사업자들이 한류에 대한 기대로 공연 작품 경매에도 참여한다”며 “그런데 데이터가 없다보니 누가 봐도 성공한 콘텐츠에만 참여해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는 비용 대비 수익이 적은 ‘승자의 저주’라는 역효과를 낳는다”며 “한번 손해 본 해외 바이어들은 결국 한류 콘텐츠를 찾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연 기획·제작사들은 통합전산망으로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승희 신시컴퍼니 홍보팀장은 “의무화되면 따라야겠지만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공연의 특성은 영화와 달라 통합전산망에 대한 내부 요구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최 팀장은 또 “통합전산망으로 인한 공연 제작사들의 실질적 이득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제작사 내부 자료만 공개 하는 모양새가 되기에 통합전산망이 정착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에 의존할 경우 수익 위주의 보수적 투자만 이뤄지리라는 우려도 있다. 정인석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은 “공연 시장은 투자자들이 머뭇거릴 때 기획자가 과감히 도전한 결과 여기까지 커왔다”며 “제작자들이 계속해서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모태펀드 등의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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