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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그렇게 일본인은 세상에서 사라져 갔다"..이성경험 전무한 남성들

입력 : 2018-06-01 14:05:52 수정 : 2018-06-01 14: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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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본인은 세상에서 사라져 갔다”
공상과학영화(SF)에서나 나올 법한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감소가 급속히 진행 중인 일본에서 연애하지 않는 20대. 특히 남성들이 문제로 지적됐다.
남성들은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고백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남성들은 거절로 인한 상실감보다 사생활 노출이 참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 “요정이 되려 하나”..이성경험 전무한 20대 남성 40%
“30세까지 이성 경험이 없으면 요정이 된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믿고 마치 ‘요정이 되길 바라듯‘ 연애에 소극적인 남성들이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현대 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이 현재 인구(약 1억 2700만명)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혼한 부부가 2~3명의 자녀를 낳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실정은 연애도 하지 않는 젊은 층이 크게 늘면서 이성 경험이 없는 20대 남성이 무려 4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과 이들을 내버려 둬선 안 된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잡지 등에서 나올 법한 이러한 통계는 일본 콘돔 회사들이 조사한 자료에서 사실임이 입증됐다.
기업이 20대 남녀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선 비율과 유사한 값을 나타내며, 출하량은 매년 감소하여 지난 2012년부터 연간 출하량이 3000만개 이하를 기록하는 등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 “결혼까진 아니어도”..여자 친구 없는 20대 남성 60%
즐기기 위한 관계는 원치 않는 임신 등 남녀 모두에게 불행을 초래하지만, 이러한 불행을 의식이라도 하듯 여자 친구가 없는 미혼 남성이 60%에 달했다.

이들은 금전적인 문제를 시작으로 관계에서 오는 부담감, 상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최근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고백‘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동아리나 직장, 학교, 모임 등 이성과 마주하며 친분을 만들고 연인이 되는 건 세계 어느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본 역시 앞선 커뮤니티에서 인연을 찾길 바라지만 몇 년 전부터 확산한 소셜 미디어(SNS)로 인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례와 의견이 전해졌다.

■ 불특정 다수에게 일상 공유하는 SNS..“관계를 망친다”
이유는 사생활을 주변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SNS의 순기능 때문이다.
남의 눈을 의식해 부담스러운 시선을 꺼리고, 좋지 않게 인식하는 일본 사회의 특성이 SNS의 순기능과 마찰을 빚는 것이다.

최근 SNS에 전해진 한 남성의 대학 자퇴 이유가 화제가 되며 공감과 유사한 사례를 전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사연은 대학 동아리에서 알게 된 여성에게 용기 내 고백했지만 여성으로부터 거절하는 말이 돌아왔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고 상대의 거절로 자퇴할 필요는 없었지만, 문제는 이 여성이 남성의 학과, 나이, 사진 등을 공개하며 그가 프러포즈했다는 내용의 글을 SNS 올렸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하고 도중 와전되면서 사실과 다른 소문이 교내에 나돌게 됐다.

결국 사태를 수습하다 못한 남성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자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과거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소문이 주변에 전해졌다면, 요즘은 SNS를 통해 지인은 물론 지인의 지인까지 소식이 공유되고 그 과정에서 내용이 왜곡된 형태로 매우 빠르게 확산하여 문제시된다.

한국 대학가에도 고백을 거절당하거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남성이 군에 자원입대하거나 휴학하는 등의 방법을 취하지만, ‘세상의 눈(남의 눈)’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일본인에게는 큰 걸림돌로 느껴지고, 심할 경우 집단따돌림 당하는 등 차이가 있다.
과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소문이 인터넷,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해 문제를 키운다. 민감할 수 있는 사적인 일을 공개하는 것도 문제다.
한편 일본 여성지는 과거와 다른 세션을 추가하며 열독률을 높이고 있다.
초식남들에게 지친 여성들이 과거 조신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나 ‘여자가 먼저 프러포즈해도 요즘에는 문제 되지 않는다’ 등 ‘시대에 맞는 여성상’을 전달하고, 용기 내기 어려운 여성들을 위한 ‘조언코너‘ 등이 대표적이다.

■ “그렇게 일본인은 세상에서 사라져 갔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도 문제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20대의 인식변화다.
일본 사회학자들은 지금의 아버지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인식 차이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과거 취업 후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게 당연시된 반면, 요즘 세대는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연애조차 멀리하는 이들이 사회에 나타나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또 ‘연애나 결혼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식이 짙게 깔려있고, 일부에서는 정부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이 동원된다는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더해져 문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사회에서는 ‘연애 교과서’라는 책을 출간하며 기업과 지역사회가 앞장서 정기 미팅을 주선하는 등, 연애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젊은 시절 연애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라이브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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