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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와 신생아 건강, 돌보지 않는 나라] “어떻게 돌보고 키울지 걱정”… 정부, 산후관리·양육 관심을

입력 : 2018-05-30 19:09:19 수정 : 2018-05-30 21: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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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산모들, 이런 건강정책을 바란다 /출생 관련 분만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산모와 아기 건강 살피는 정책은 전무/정부 지원, 기준이하 생활자들 대상/산모들 산후관리 대부분 민간에 의존/유럽국가들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건강정보도 대부분 인터넷 등서 얻어
“정부가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지난 24일 서울 은평구보건소에서 진행된 ‘엄마 모임’에 참석한 7명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자 10점 만점에 평균 5.4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서울시가 모든 출산 가정에 제공하는 간호사 방문서비스인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이하 서울아기) 이용자였다. 자녀를 잘 돌보고 있는 엄마들이어서 모두 1회 방문을 받았다. 간호사의 주선으로 보건소의 엄마 모임에도 참여하게 됐다. 회차별 주제는 있지만 이 모임의 이름은 그저 ‘엄마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자신이 잘 하고 있는지,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을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해결해 나가기 위한 자리다. 만약 공공의 이런 도움 없이 출산 후 혼자 지내며 아이를 돌봤다면 어땠을까. 한 산모가 바로 “그럼 (제가 준 점수에서) 2∼3점 빼야죠”라며 웃었다.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건강정보 얻어

이들은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산모다. 건강하게 아기를 낳았고 잘 돌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양육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은 없었다. 모두 첫째 아기를 낳은 ‘초보 엄마’였다. ‘잘 돌보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뒤따랐다.

이들은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 때 어떻게 대처할지, 수유 간격을 잘 지키고 있는지, 태열이 올라왔을 때 환경을 어떻게 바꿔줘야 할지 등에 대해 몰랐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봐도 각자의 환경과 아기 상태가 달라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서울아기 사업의 간호사가 찾아왔을 때 산모들은 궁금했던 것을 쏟아냈다.

김지현씨는 “엄마들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은 비전문가들의 말인 데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지 않냐”며 “간호사 선생님이 저의 구체적 상황을 보면서 이야기해 주니까 아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영아사망률은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 정부가 국내 모자보건의 우수함을 자랑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하지만 임산부와 아기의 건강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여기까지다. 출생과 관련해 분만 인프라 구축에만 정책을 집중할 뿐 산모와 태어난 아기의 건강을 살피는 세밀한 정책은 없다.

그나마 모든 산모에게 주어지는 건강 지원도 임신기에만 이뤄진다. 임신·출산 지원금 50만원과 철분·엽산제 제공이다. 서울아기 사업을 제외하고는 보편적인 산후 건강관리 서비스가 없다.

산모들은 출산 후 아기와 집에 둘이 남아 새 생명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전혜연씨는 “산후우울증에 대해 좀 걱정했는데, 제게 우울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며 “간호사 선생님이 제 상태를 확인한 뒤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니까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세심히 살피는 것 중 하나가 산모의 우울증 여부다. 임신부 등록 때 보건소에서 하는 우울증 자가진단 설문을 산모에게 다시 실시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다른 지역 산모들은 “산후우울증이 의심되면 전국의 관련 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건강가정지원센터)나 의료기관을 찾으라”는 정부의 권고를 듣는 게 전부다.
◆산후조리, 민간에 의존

“산후조리원 2주와 산후도우미 2주를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대안이 있었으면···.”

우리나라에는 ‘조리원(2주) + 산후도우미(2주) 패키지’가 산후조리 문화처럼 널리 퍼져 있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에 보통 200만∼300만원, 산후도우미 고용에는 1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산후관리 비용으로 개인당 300만∼400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김지현씨는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첫째 때는 주변에서 조리원에 꼭 가야 한다고 강조해서 이용했는데, 저는 돈만 쓰고 (양육과 관련해) 실질적 도움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아기 같은 방문서비스의 횟수가 늘어나면 굳이 조리원을 가지 않아도 아이를 두려움 없이 돌볼 수 있을 텐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전혜연씨는 “조리원에서 수유 자세에 대해 알려줘 도움을 받았지만, 다른 부분은 거기서 배운 것과 저의 집 환경이 달라 소용 없었다”며 “조리원 담당자들은 아기를 한 손으로 받친 채 싱크대 위에서 아기의 대변을 닦았는데, 집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수림씨도 “결혼하고 7년 만에 아이를 가져서 (잘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어떻게 돌보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며 “남들처럼 2주 조리원과 2주 도우미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산모와 신생아 산후관리에는 두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건강관리·양육교육’과 ‘가사·돌봄지원’이다. 핵가족화로 대부분 남편과 둘이서 생활하기 때문에 여성은 주변에 모유 수유를 포함한 신생아 양육과 가사를 도와줄 가족 구성원이 없다.

유럽 산모들은 이 두 가지를 국가에서 보내주는 방문 간호사의 건강관리·부모교육과 남편의 육아휴직을 통해 해결한다. 영국과 스웨덴, 독일, 덴마크 등 수많은 유럽 국가들은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가정에 간호사가 수차례 방문한다.

우리나라 산모들은 산후관리를 모두 민간 서비스에 의지해야 한다. ‘조리원+산후도우미’가 산후조리 문화로 확산된 이유다.

전혜연씨는 “산후도우미 등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복지기준선 이하로 생활해야 하는데, 그 선을 보면 남편과 둘이 살기에도 벅찬 수준”이라며 “그 정도도 안 벌고 어떻게 애를 키우겠냐”고 물었다.

◆산모 간 모임 주선… 커뮤니티 케어

우리나라는 산모들 간의 네트워크도 민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역마다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지만 실제 교류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외부인과의 접촉이 적은 신생아 산모는 더 그렇다.

이날 모인 산모들도 조리원을 통해 다른 엄마들과 만났다. 김혜령씨는 “출산 후 있었던 조리원은 밥도 개별로 먹어서 만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현재의 ‘엄마 모임’이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만나는 유일한 창구인 셈이다.

‘엄마 모임’의 목적 중 하나는 산모들의 정신건강이다. 엄마들끼리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회적 지지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모유수유 교실’ 등 보건소의 일반 프로그램처럼 강사가 특정 주제에 대해 20∼30명을 대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간호사의 진행 아래 7∼8명가량의 산모가 상호작용을 하는 자리였다.

은평구보건소 정은숙 간호사는 “우리가 아기 양육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산모들끼리 대화하면서 친해질 수 있도록 쉬는 시간을 많이 준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대상은 2년간 간호사의 방문 서비스를 받는 ‘지속 엄마’들이다. 서울아기 사업은 1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과 2년간의 ‘지속’으로 나뉜다. 지속 엄마일수록 산후우울증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과 부부갈등, 어린 시절 학대경험 등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사회와 단절된 채 지내는 사례가 많다.

은평구보건소는 올 하반기부터 지속 엄마 모임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 간호사는 “지속 엄마들을 보건소에 한데 불러모으는 건 훨씬 어렵지만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런 산모들의 자조 모임이야말로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 돌봄인 ‘커뮤니티 케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아기 사업에 적용된 산전, 조기아동기 개입 프로그램 ‘매쉬’ 개발자인 린 켐프 호주 웨스트시드니대 교수는 “엄마들을 다른 엄마나 그 지역의 공동체와 연결하는 건 매쉬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서비스는 지역의 각종 서비스에 참여할 자신감이 없는 엄마들을 이어주는 커뮤니티 케어”라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사진=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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