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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연분홍 꽃비 맞으며 ‘러브 홀릭’…‘장미의 도시’ 으스파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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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31 10:00:00 수정 : 2018-06-16 1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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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愛 빠지다] 세계 장미수·오일 65% 생산 / 오월 장미 축제로 도시 들썩 / 붉은 터키 전통복장의 남성…웨딩드레스 곱게 입은 신부…시내 중심가까지 퍼레이드 / 소방차서 뿌리는 장미꽃잎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시민 대표들이 이스파르타 장미축제를 홍보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터키 중서부 으스파르타(Isparta)는 전 세계 장미수와 장미오일 60~65%를 생산하는 장미 도시로 유명하다. 이곳에 도착한 지난 5월11일은 마침 장미축제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으스파르타 시청 앞에서는 붉은 터키 전통 복장을 한 일군의 남성들이 북을 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웨딩드레스와 검정 양복 차림 신부 신랑들이 바야흐로 진행될 거리 행렬을 앞두고 환하게 웃었다. 어린 소녀들과 다양한 군상의 직능인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직업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이 대열에 합류했다. 
터키 국기를 앞세운 이스파르타 장미축제 거리 행진
이스파르타 장미축제 거리 행진
이스파르타 장미축제의 소녀
이스파르타 장미축제에 참석한 신랑 신부.
으스파르타 시장을 필두로 지역 유지들이 앞장서고 시내 중심가 슐레이만 2세 동상 앞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대기하던 이들이 따랐고 많은 시민들이 으스파르타 중심 가로를 가득 메웠다. 행진이 끝난 후 시작된 본 행사에서는 여러 나라 민속 복장 차림을 한 이들이 중심부 광장에서 차례로 자신들의 춤을 선보였다. 다시 이어진 마지막 행렬은 소방차부터 청소차에 이르는 각종 차량 퍼레이드로, 소방차 위에서 소방수들이 뿌리는 장미 잎이 시민들 머리 위로 눈처럼 날리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이스파르타 장미축제 퍼레이드에 동참한 소방차에서 장미꽃잎을 뿌리고 있다.
이스파르타 시내의 대형 장미 조형물
불가리아에서 장미 씨앗을 숨겨 들여온 터키의 문익점 에펜디 동상
으스파르타 장미는 터키의 문익점으로 불리는 이스마일 에펜디가 1888년 불가리아에서 지팡이에 장미 씨앗을 몰래 들여오면서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시청 앞 광장에는 에펜디 동상이 서 있다. 아무 장미나 장미수와 오일로 만들지는 못한다. 이곳 주민들은 주로 ‘로사 다마세나(다마스크 장미)’라는 장미를 재배해 장미오일을 뽑아낸다. 장미오일은 고급 향수와 화장품 필수 원료로 꼽힌다. 장미오일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은 향의 지속 정도가 다른데, 장미오일을 넣으면 10시간 이상 향이 지속된다고 한다. 으스파르타는 해발 800m 이상인 산악지역으로 여름 평균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아 시원해서 향이 진한 장미를 재배할 수 있는 조건이다. 장미밭은 약 2만8000ha로 인구 1만명 이상이 장미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장미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현장을 다음날 아침 일찍 찾았다. 장미는 해 뜨기 전에 꽃잎을 수확해야 향이 가장 진하게 보존되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새벽부터 서둘러 장미 밭으로 향한다. 일행이 도착한 ‘아르드츨 쾨이위’(Ardıclı koyu) 마을에는 주민들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장미밭에 흩어져 직접 수확하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추출된 꽃잎들은 6개 농가가 만든 협동조합인 ‘귤빌릭’으로 보내진다. 이 조합에서는 ‘로센스’(Rosense)라는 브랜드로 직접 장미수와 장미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하루에 사용되는 장미 잎은 320t가량이고 4t 장미 잎에서 오일은 1kg 정도 추출된다. 장미 잎을 큰 통에 넣고 가열하면 수증기는 장미수가 되고 끈적하게 남는 건 오일로 사용된다. 
 
이스파르타 장미 재배 단지에서 주민들이 이른 아침 장미꽃잎을 수확하고 있다.

터키에서 네 번째로 큰 이스파르타 인근 에이르디르 호수.
으스파르타 장미 수확 체험을 하고 나서 인근 에이르디르(Egirdir) 호수로 가면 눈이 시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터키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로 짙푸른 호수 물빛과 호수 가운데로 길게 이어진 섬의 풍경이 아름다워 사철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전망대에 올라 원경을 감상하며 차를 즐긴 뒤 호숫가로 내려와 산책을 하면 내륙의 바닷가 같은 이색적인 분위기가 여흥을 돋운다.

터키(아프욘, 으스파르타)= 글·사진 조용호 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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