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관심을 갖는 판결을 조사하고, 판결 방향까지 직접 연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편부당해야 할 판결을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으려 한 것은 충격적이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비판적인 법관들 리스트를 작성하여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며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 모든 정황들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지만 직권남용죄 여부에 논란이 있는 만큼 검찰 고발 대신 자체 징계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를 두고 셀프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법원 내부통신망에 상고법원 도입 비판 글을 올린 뒤 동향 파악을 당한 것으로 조사된 차성안 판사는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며 “법원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외부에서 검찰에 고발한 것만 7건에 달한다. 사법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사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 문제를 검찰 수사로 넘기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검찰 수사보다는 사법부 스스로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권남용죄를 걸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할 사법부가 신뢰를 잃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구태와 단절해야 한다. 뼈를 깎는 반성과 각오로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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