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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미래를 담다] 미국이 발명했지만… 진화의 주축은 '코리안 파워'

입력 : 2018-05-27 20:29:38 수정 : 2018-05-28 08: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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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호모모빌리언스' 이끈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 급증/2011년 7억4600만명 이용/2018년 58억800만명 달해
후발주자 삼성의 도전/제품 완성도 높이기에 올인/애플보다 빠른 출시도 주효
또 다른 지각변동 예고/기술 외적 전략싸움 가속화/中 급성장장에 업계 고민 깊어
“애플이 오늘 휴대전화를 재발명(reinvent)합니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맥월드 콘퍼런스&엑스포’ 기조연설에서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그는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인터넷, 휴대전화가 합쳐진 ‘아이폰’(iPhone)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생각지 못했던 기능의 조합뿐 아니라 키패드 대신 터치스크린만으로 동작되는 입력장치를 적용한 것은 말 그대로 ‘재발명’ 수준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이폰을 2007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호모 모빌리언스’ 이끈 한국인

첫번째 스마트폰의 탄생 이후 인류는 이 혁신적인 문명을 급격히 받아들이고 흡수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2011년 7억4600만명이던 글로벌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꾸준히 급증세를 이어가 2018년 58억800만명에 이르렀다. 호모디지쿠스(디지털 인간)는 그렇게 ‘호모 모빌리언스’로 진화했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을 통해 기존의 디지털 세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향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발명한 것은 미국이었지만 호모 모빌리언스를 이끈 주축은 한국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년여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시장조사기관 TNS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로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공동 1위였다. 스마트폰 종주국이자 스티브 잡스의 나라 미국(72%)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통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저력을 발휘한 결과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무려 8년 전인 1999년, 한국은 이미 국민 2명 중 1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나라였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유증을 ICT 산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삼성과 LG그룹을 중심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급팽창했다.

◆삼성 vs 애플, 대결의 승자는?

현재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은 애플과 삼성이다. 스마트폰의 창시자인 애플보다 시작은 한발 늦었지만 삼성은 무서운 성장 속도로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가 됐다. 마침내 삼성은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출하량으로 애플을 앞섰다. 지난해 3억1500만대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록하며 애플(2억3400만대)을 압도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9.3%를 기록한 애플이 1위, 삼성(18.6%)이 2위였다.

수치 비교에선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지난 11년간의 경쟁 구도에선 결국 삼성이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두 브랜드 간 정체성 차이에서 기인한다.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과 달리 삼성은 ‘제품력’으로 승부해 왔다. 철저히 스티브 잡스 개인의 역량에 의존했던 애플이 잡스 사후 혁신의 동력을 잃어간 데 비해 꾸준히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린 삼성은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삼성과 애플의 1차전은 삼성의 승리라 볼 수 있다”며 “삼성은 애플의 혁신성,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제품개발팀의 노력으로 끊임없이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해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제품 개발 주기를 앞당겨 신제품을 애플보다 빨리 내놓는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일명 ‘스피드 경영’ 전략인데, 이와 관련한 일화들도 회자된다. 2005년 이기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숙명여대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졸속에도 미학이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빨리 끝내야 할 사안에 대한 결정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100점짜리 결정이 있을 수 있고, 60점에도 최선의 선택이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전국 각 연구소와 생산라인 등을 보다 신속하게 연결하기 위한 헬기 운항의 활성화에서도 삼성의 스피드 경영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지나친 ‘빨리빨리’ 전략에 과부하가 오기도 했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는 옴니아 실패 이후 삼성에 또 한번 커다란 오점을 남기며 잊고 싶은 역사로 기록됐다.

◆앞으로 10년, 또 다른 지각변동 예고

다가올 스마트폰 시장의 2차전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술의 혁신이 사실상 끝나면서 기술 외적인 부분에서 각 사의 전략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은 ‘교체주기 앞당기기’ 전략을 고수하며 공세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애플은 팀 쿡 체제에서 혁신성이 다소 정체됐으나 워낙 확고한 팬덤을 등에 업고 충성도 전략을 밀고 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무서운 성장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글로벌 3∼5위인 화웨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2017년 4분기)을 합하면 25%에 달하는 위협적인 수준이다. 위 교수는 “기술 혁신이 끝난 다음 단계는 가격 경쟁이며, 중국 업체들은 이 강점을 살려 이미 동남아 시장 등을 점령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중국 업체와는 단가 경쟁에서, 애플과는 팬덤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를 타개하려는 전략이 신제품 주기를 짧게 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마저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어차피 곧 새로운 제품은 나오고, 실제 기술적 개선도 미미하다는 것을 아는 고객들이 신제품에 점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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