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어느 날, 김씨는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던 중 지하철이 흔들리는 순간 다리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휴대전화를 쥔 한 남성의 손이 김씨의 치마 밑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란 김씨는 남성의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했지만 혼자 힘으로 되지 않았고, 그사이 사진을 다 지운 남성은 생사람 잡는다며 오히려 김씨를 나무랐다. 김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찰나 문이 열리자 곧바로 지하철에서 내려버렸다.
지하철 몰래카메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경찰대에 접수된 몰카 신고 건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총 643건에 이르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전년(587건) 대비 9.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막상 몰카범죄에 노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피해자 혼자서 몰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위험할 수 있으니 주변에 도움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어 “주변에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소리를 지르고 특정한 사람을 지목해 도와달라고 하면 대부분 도와준다”며 “이 경우 몰카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휴대전화를 바로 뺏고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찰이 오면 범인을 인계하고 피해사실 확인 후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지 않도록 조치를 요청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서울 지하철경찰대는 특별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연중 몰카 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들이 단속 현장에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라고 말한다.
다른 관계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몰래 촬영을 하는지 안 하는지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단속 중인 경찰 입장에서는 의심스러워 확인을 요청할 수밖에 없고, 적법절차에 따라 검문검색을 해도 많은 항의를 받는다”고 단속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갑자기 검문을 받으면 충분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점점 심각해지는 몰카 범죄 단속을 위한 일이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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