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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이제는 ‘우주 반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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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4 21:30:50 수정 : 2018-05-25 00: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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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기술 민간이전에 관심커져/온도 낮고 방사선 많은 우주/되레 반도체 작동에 좋은 조건/메모리칩 등 무한 가능성 기대 최근 국내 유수 반도체 회사가 낸 광고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신입사원 교육에서 각자가 담당할 분야를 정하는데 한 여성 신입사원이 우주 반도체를 지정받는 장면이다. 그 여사원이 감동하는 표정도 좋아 보였지만, 우주 반도체라는 단어가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특히 요즘 반도체 산업 이외에는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에 우주와 반도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새로운 공감을 갖게 했을지도 모른다.

우주 반도체는 ‘우주에서 사용할 반도체’라는 뜻일 것이다. 우주에서 작동할 반도체는 지구 환경에서 작동하는 반도체와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도 짐작된다. 2015년 예산을 전적으로 정부에 의존하던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기술을 민간에 이양하거나 우주 영상 판매권을 민간에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우주 기술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전기자동차(EV)로 잘 알려진 테슬라가 거대 항공기업인 보잉과 함께 우주 왕복선을 띄우는 정부 프로젝트의 수행자로 선정돼 경쟁하고 있다.

박영준 전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
그럼에도 우주는 반도체가 작동하기에는 황량한 조건이다. 사람이 살기 힘든 만큼 극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는 사람과 다르므로 작동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주의 극한 조건은 온도가 매우 낮고, 방사선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NASA의 우주선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반도체는 대부분 우주선의 조건을 지구와 비슷한 조건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즉 반도체가 잘 작동하도록 사용 환경을 지구에서의 조건과 같이 섭씨 20도 정도로 맞췄다. 물론 지구에 맞는 조건으로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온도 조절장치가 있어야 하므로 장치의 무게와 전력이 부담이 될 것이다.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극저온에서도 작동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다. 우주의 빅뱅으로 우주공간에 퍼져 있는 기본에너지인 우주배경복사는 약 2.7K(―270.3도)를 유지했지만, 은하계에 존재하는 먼지나 전자파로 인해 그 온도는 약 30K(―243도) 정도이다. 물론 태양을 바라보는 쪽에서는 ―200도까지 갈 수도 있으나 음지진 곳의 온도는 매우 낮다는 점이다.

그런데 반도체 칩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칩의 온도가 올라가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우주의 낮은 온도는 기쁜 소식이다. 데이터 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반도체 칩을 식히기 위해 냉장고용 발전소가 필요하지만 우주에서는 냉각 시설이 필요 없다. 바꿔 말해 온도가 낮아지면 반도체는 더 빨리 작동할 수도 있다. 트랜지스터를 작동시키는 전자의 운동을 방해하는 격자의 움직임이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조용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칩의 작동을 방해하는 누설전류도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작아진다. 이처럼 우주의 낮은 온도는 DRAM 메모리 반도체 작동에 희소식이다.

우주의 낮은 온도는 또 다른 차원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양자 컴퓨터가 미래의 기술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IBM과 구글이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존 컴퓨터가 비트의 0과 1 둘 중 하나만 디지털 정보를 다루는 데 비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라는 0과 1이 중첩된 독특한 양자 정보를 다룸으로써 암호 풀이나 특별한 계산에서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독특한 양자 정보를 다루기 위해 극저온이 필요한데 극저온을 우주가 자동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

우주 왕복선 기술이 미국 정부로부터 민간 산업으로 이전되기 시작했다. 반도체, 유전자 분석 기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주 왕복기술도 저렴화돼 30년 내 쉽게 우주를 접하게 될 것이다. 우주 환경은 반도체에도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DRAM, NAND 플래시 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이 우주에서 사용될 반도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우주반도체에 대해서도 눈을 떠야 할 때이다.

박영준 전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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