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
이날 고이즈미 전 총리는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원전 쓰레기’의 최종처분장이 정비돼 있지 않은 현실 등을 지적하면서 “원전만큼 돈이 드는 산업은 없다. 원전만큼 위험한 산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안전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해도 안전한 원전은 일본에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로를 모두 폐로하고 재생가능에너지에 의한 경제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 재직 당시 아베 총리를 간사장과 관방장관 등에 중용하면서 스타 정치인으로 키워 낸 ‘정치적 스승’이다. 그는 퇴임 후 정계를 떠났고 탈원전운동가로 변신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원전 재가동 정책으로 돌아서자 2013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전후해 고이즈미 전 총리와 아베 총리의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3월에는 BS후지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베 총리를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모리토모학원 문제로 재무성이 결재 문서를 조작할 당시 담당자였던 사가와 노부히사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을 국세청 장관으로 기용한 것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적재적소’라고 말했다”며 “그렇다면 왜 징계 처분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적재적소의 인물을 징계 처분할 리가 없다”며 “발뺌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에는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베정권이 위험해졌다고 진단하면서 “아베 총리의 사퇴는 현 국회가 끝나는 때(6월20일 폐회 예정)가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 일본 총리. |
다음달 치러지는 니가타현 지사 선거는 자민당·공명당이 지원하는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 전 해상보안청 차장과 입헌민주·국민민주·공산·자유·사민당이 ‘통일후보’로 지원하는 이케다 지카코(池田千賀子) 전 니가타현 현의원의 맞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원전 재가동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케다 후보는 ‘원전제로’ 정책을 강조하며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전날 우오누마시 강연에서 이케다 후보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지사 선거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고이즈미 전 총리는 “니가타는 원전이 있는데, 바로 폐로해야 한다”며 “그런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자민당 총재를 한 적이 있는 보수”라면서도 “원전을 중단시키는 데는 보수인지 진보인지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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