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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불법촬영범 검거율 96%…5년간 징역형 5.32%

입력 : 2018-05-23 05:00:00 수정 : 2018-05-22 14: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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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이나 탈의실,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서 '몰래카메라(몰카) 공포'에 시달리곤 합니다.실제 매년 여름철이 되면 상당수 피서지는 몰카와의 전쟁을 벌이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여성이 피해자였던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죄는 총 3만270건으로, 전년대비 10% 정도 늘어났습니다.

최근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가 법무부 및 산하기관과 검찰에 근무하는 여성직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61.6%)이 성희롱 등의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습니다. 민간 사기업 등도 포함할 경우 우리 사회에 성범죄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이 성범죄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및 법률 개선이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성차별 의식을 뿌리 뽑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남성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여성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성평등 의식이 자리 잡게 해야한다며 무엇보다도 성 의식 개선이 (증오가 넘치는) 성 대결 구도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여성혐오 발언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번 대학로 시위에서도 염산 테러를 계획한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얼마 전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집회에서도 염산 테러 위협이 있어 시위 장소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근 중대한 몰카 범죄의 경우 성별 구분 없이 구속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붙잡힌 몰카 피의자는 총 1288명이나 됩니다. 이 중 남성이 1231명이고,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으며, 여성 중 구속된 사람은 ‘홍대 몰카 사건’ 피의자가 유일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이같은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 쌓인 실망과 분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홍대 몰카 사건' 수사가 편파적이었다는 점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 19일 거리에 모여든 여성들의 집회는 당초 경찰의 예상(1000여명)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1만명이 넘는 많은 참가자가 모인 것은 몰카 사건 수사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큰 공감을 불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집회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 집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성 집회 참가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지난 3월 열린 미투 집회는 2000명(경찰추산 1500명),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집회는 2500명(경찰추산 1000명) 수준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홍대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공론화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이번 집회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우리 사회에 크게 확산한 이후에도 여성 차별이 개선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응집된 현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전문가는 "미투 운동이 있었을 때만 해도 폭로를 통해 사법체계나 일상을 바꿀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 홍대 몰카 수사는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다"며 "여성이 가해자가 되면 국가가 전혀 다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여성의 분노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5년간 불법촬영 범죄 1만9623명 검거, 남성 비율 97.5%

‘홍대 몰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성(性) 편파수사가 논란이 된 가운데, 이철성 경찰청장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청장은 21일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여성들이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안전에 대한 위험을 느끼는데, 이런 것을 경찰이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셈"이라며 "경찰청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법촬영 범죄에 대해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40만명이 넘는 국민이 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청장은 "홍대 불법촬영 사건은 제한된 공간에 20여 명만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고,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는가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자에게 이용 기록 삭제를 요청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가 중하게 받아들여져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촬영범죄 범인 검거율은 96%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1만9623명 중 남성이 97.5%를 차지한다. 구속된 493명 중 3명을 뺀 496명도 남성이다.

이 청장은 "불법촬영범의 경우 검거율은 높지만 지난 5년간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2%에 불과하다"며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성폭력처벌법 대신 처벌 수위가 낮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로 처벌한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법 개정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 시작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몰카 범죄와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수사당국의 관행이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다. 좀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경찰은 각종 비판을 수렴해 지난 17일부터 '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을 시작했다. 지하철역이나 물놀이시설 등에서 불법카메라 설치 여부를 일제 점검하고, 전국 지방청에 사이버성폭력 수사팀도 신설했다.

한편 최근 '강남역 살인 사건'이 회자되면서 성중립화장실 도입에 대한 의견도 다시 등장했다.  성중립화장실이란 일반적으로 성별 또는 장애 유무의 구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1인용 화장실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성중립화장실의 경우 주된 이용 양태가 남녀공용 화장실의 그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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