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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 AI 운전 차량 사고나면 누구 책임?… 법적 정비 서둘러야

입력 : 2018-05-21 19:23:34 수정 : 2018-05-21 1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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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고책임 기준 마련 시급
과실 ‘탑승 운전자냐 제조업체냐’ 핵심/현행법 기계 결함 피해자에 입증 요구/인명사고땐 형사책임 등 문제 더 복잡
미래차 보급·기술개발 장해 안되려면/‘자율차 규율’ 새로운 법률 제정 필요/ 제조사 책임 커져 보험도 손질 불가피
#1 지난 3월18일 미국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시험운전 중인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49세 여성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자율주행차에 의한 첫 사망 사고였다. 사고 발생 차량은 레벨4 자율주행차로 시속 61㎞로 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당시 도로 주변은 어두웠고 차량에 장착된 자율주행 시스템은 피해자와 충돌하기 전까지 어떤 회피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운전자는 딴 곳을 보느라 피해자를 알아채지 못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 사고를 두고 ‘보행자가 야간에 갑자기 나타난 상황이어서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결함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과 ‘현 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이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의 한계’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운전자가 ‘1마일(약 1.6㎞) 주행 시마다 운전에 개입해야 한다’는 시험 주행 규율을 어긴 데다 차량의 인공지능(AI)도 피해자를 장애물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사고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2 지난달 5일 같은 애리조나주에서 구글 자율주행차가 반대 차선에서 다른 차와 충돌을 피하려다 중앙선을 넘은 은색 혼다 차량에 부딪혔다.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피하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 사고도 ‘인간 운전자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점과 ‘자율주행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런 유형의 사고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소재는?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하면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할 전망이다. 자연히 배상 책임의 주체 및 책임 분배, 제조물책임 적용, 형사책임 등 복잡한 법적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스템은 초당 수백만개의 레이저를 발사한 뒤 차량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하는 ‘라이다(LIDAR)’ 센서를 사용한다. 이 점을 들어 기술자들은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AI가 인간 운전자보다 훨씬 더 높은 위기 대처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의 핵심 쟁점은 ‘제조물책임’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제조물책임이란 AI가 운전하는 차량에서 사고가 난 경우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차 제조업체에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상황이나 기술적 한계로 인한 사고는 완전 자율주행차 제조업체가 보상을 하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상 결함에 의한 사고라면 책임 범위를 더 넓혀 ‘리콜’ 형태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결함을 입증하고 합리적인 대체설계 가능성까지 제시하도록 하고 있어 이 부분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른바 ‘급발진 사고’의 경우도 피해자가 이를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문제는 자동차 제조업체 입장에선 제조물책임 범위 확대가 고스란히 자사 손해로 이어질 게 뻔해 법률 개정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미래 자율주행차는 제조업체의 책임 범위가 오늘날보다 훨씬 넓어지고 다각화돼야 한다”며 “제조물책임 범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도 결국 국회가 직접 나서 법률 제·개정 등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책임과 보험제도는 어떻게?

자율주행차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면 누가 형사책임을 져야 할까.

앞서 우버의 자율주행차 보행자 사망사고도 시험운전의 주체인 우버, 차량에 탑승한 보조 운전자, 차량 제조사 중 누구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와 법학계는 자율주행차 사고에 따른 형사책임 대책을 크게 3가지로 본다. 첫번째는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탑승한 사람을 자율주행차 운전자로 봐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형벌은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형사법 원칙도 지킬 수 있다는 평이다. 일본의 경우 ‘자율주행차 사고도 현행과 똑같이 자동차 소유자가 제3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방안을 올해 발표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주행차 보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제조업체를 운전자로 보고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도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에 해당하므로 업체에 민사책임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지우는 방식이다. 사고 예방 효과는 크겠으나 형벌 대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제조사의 과중한 책임은 자율주행차 관련 투자와 기술 개발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세번째로 자율주행차만 규율하는 새로운 법률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AI를 운전자로 봐서 자율주행 모드에서 사고를 일으키면 인간 탑승자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되, 운전자 주행 모드에서 발생한 사고는 인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탑승자의 거짓 진술에 대비해 모든 주행 모드의 실시간 기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형사책임을 제조업체와 인간 운전자가 나누고 형벌 대원칙도 훼손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보험제도도 대폭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동차 소유자나 운전자가 책임보험 등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사고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 그런데 자율주행차의 AI 운전 의존도가 높아지면 운전자의 손해배상 책임 보험은 줄어들 게 뻔하다. 대신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차량 자체의 제조·설계상 결함이 사고 원인으로 판명나는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제조물책임 보험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이는 제조업체에 부과되는 민형사상 책임의 무게를 보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외국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결함, 제3자의 해킹으로 발생한 손해까지 배상할 수 있는 자동차 보험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가 올해부터 임의보험 상품에 가입한 자율주행차의 사고 시 보상 방침을 정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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