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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 “운전 주체인 AI도 면허제 도입 … 안전성 검증 필요”

입력 : 2018-05-20 21:18:51 수정 : 2018-05-20 21: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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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교통법규 적용 어쩌나 / 한국 국토면적 좁고 교통 변수 많아/교통정보 인프라 확충… 사고 최소화/미국식 해법보다 독일식 해법 적절
드론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떠받칠 양대 기둥으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인공지능(AI)에 운전을 맡기고 그 시간에 사람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낸 경우의 법적 책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관련 법률과 제도 정비는 얼마나 이뤄졌는지,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2회에 걸쳐 진단한다.

가까운 미래 사람이 자동차에 탑승해 차량 내부 컴퓨터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척척 운전을 한다. 이동하는 동안 사람은 책을 보거나 전화를 한다. 다른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거나 급정거를 하기도 하지만 AI가 곧바로 상황을 판단해 속도를 줄이거나 멈춘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SF) 속 장면이 아니다. 이르면 10년 이내에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될 풍경이다. 테슬라, 현대기아차, 도요타,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구글, 애플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적이다.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 기준에 따라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분류된다. 레벨 0와 1은 지금처럼 운전자가 차량을 거의 모두 제어하는 단계다. 레벨 2와 3는 부분 자율주행차에 해당한다. 고속도로 주행 시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거나 차로를 인식해 핸들을 움직이는 자동차, 운전자 조작 없이도 일정 구간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볼보, 현대기아차, BMW, 도요타 등이 요즘 한창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레벨 3까지만 해도 ‘운전 제어권’이 인간에게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운전자 과실로 인정된다.
레벨 4와 5부터는 운전 제어권이 인간이 아닌 AI로 넘어간다. 이 단계는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만한 부분이 별로 없다. 현재 도요타, 벤츠 등 몇몇 자동차업체가 시험 개발 중이다. 현대기아차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서울∼평창 간 고속도로에서 레벨4 테스트를 통과했다. 완전 자율주행으로 불리는 레벨 5는 사람이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되는 수준이다. 레벨 4∼5의 자율주행차는 운전 주체가 인간이 아닌 AI인 만큼 교통사고나 보험, 운전면허, 도로교통법 해석 등 분야에서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 현황

문재인정부는 2020년 레벨 3 부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2026년 레벨 4 이상 완전 자율주행차 기반 구축을 각각 목표로 삼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기존 법률 개정과 새로운 법률 도입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선도적으로 관련 연구에 나선 도로교통공단(이사장 윤종기)은 △자율주행 시스템 안정성 확보 방안 마련 △자율주행차의 수준별 개념 정립 △레벨 3 자율주행차 운전의 책임을 사람과 AI 간에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방안 △국가공인 자율주행 시스템 안정성 규정 도입 등으로 정리했다.

우선 자율주행차를 국제 교통기준인 빈협약에 따라 단계별로 구별해 각각 법리 적용을 달리 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별도의 국가공인기관을 만들어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을 검증하고 자율주행차만을 위한 적절한 교통정보를 제공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 이는 자율주행을 위한 교통정보 인프라 확대를 통해 공인기관이 국내 도로와 교통의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자율주행차에 전송함으로써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자체적 인지 성능을 향상해야 한다는 미국식 해법과 보다 더 정확한 도로·교통 정보를 차량에 실시간으로 전송해야 한다는 독일식 해법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도로교통공단은 국토 면적이 좁고 교통 변수가 많은 한국 실정상 독일식 해법이 보다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운전자 조작 없이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레벨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AI에 운전자 지위를 부여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운전면허 제도와 도로교통법 해석은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해진다. 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책임 소재 등을 가리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AI가 도로교통법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규정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레벨 3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앞서 기초적 법제 완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확 달라질 운전면허 시스템

일단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의 운전면허 제도는 사람의 운전 실력을 검증하는 현 시스템에서 자율주행차 탑승자의 위기 대처 능력을 확인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AI의 운전 실력을 검증해 아예 AI에 운전면허를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홍익대 로봇 윤리와 법제 연구센터 이중기 교수(법학)는 ‘자율주행차 등장으로 인한 운전면허 제도의 개편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로봇이 운전을 담당하는 만큼 로봇 운전자에 대한 면허 부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도로 주행시험을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 차 위에 위성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안테나가 부착되어 있다. 출처=구글
도로교통공단은 ‘자율주행차 상용화 대비 운전면허 제도 수립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에 운전면허를 부여하는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마련한 자율주행 시스템 안전기준에 관한 가이드라인 12가지 항목을 참고해 개별 평가요소인 운영설계(ODD), 객체 및 사고상황 인지·대응(OEDR), 비상 대처(Fallback) 등 몇 가지 항목에서 AI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안전성 평가는 자율주행차의 행동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로 △차로를 지키는지 △교통법규를 준수하는지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의 충돌 회피를 위한 위기 대처능력이 있는지 등으로 구성된다.

공단 관계자는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차량의 기능 관점이 아닌 교통안전 관점에서 AI의 운전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곧 도래할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2017년 2월부터 ‘한국형 운전면허 제도 연구위원회’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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