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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南까지 물고 늘어지는 北…대미 압박 '벼랑 끝 전술'

입력 : 2018-05-18 06:00:00 수정 : 2018-05-18 00: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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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일 맹비난 왜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 연기를 통보한데 이어 회담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앞세워 자신들이 문제삼은 사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회담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대남 압박 수위를 점차 고조시키고 있다.

리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회담 무산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통해 “엄중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남측과 마주앉지 않을 것”이라며 대남압박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1월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리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국회 행사 참석 발언이다. 이날 리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을 ‘평화와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일방적 회담 무산 연기 통보에 유감을 표명하고 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요청을 한데 대해서조차 “양푼 밑바닥같이 뻔뻔스럽기 그지없다”는 막말을 했다. ‘철면피’, ‘파렴치의 극치’, ‘역겨운 비방 중상’ 등 그간 좀처럼 대화 국면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격한 단어도 동원했다. 그는 심지어 남측 당국의 ’대결 소동’이 “적대와 분열을 본업으로 삼던 보수정권의 속성과 너무나도 일맥상통하다”며 ‘대세에 대한 현실적인 판별력도 없는 무지 무능한 집단’이라고 판단하게 됐다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터무니없는 책임 전가에 매달리면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로 번져지는 데 대해 머리를 싸쥐고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우리 측에 촉구했다. 북한의 이같은 적반하장식 태도는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리마 속도전을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한 제안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의 잇단 강경 대응은 오는 22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계산된 위기고조 행태라는 분석이 많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가 미국 정부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맥스선더 훈련에 B-52가 투입됐다고 주장하며 이 훈련을 군사적 도발로 맹비난하는 등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올해의 맥스 선더 훈련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F-22 스텔스 전투기들이 참가했다고 한다”며 “미국의 악명 높은 B-52 전략폭격기가 투입된 것도 스쳐 지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B-52 등 전략자산이 문제라는 인상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전략자산이라는 범위가 모호한 대상을 활용해 그들이 이해한다고 이야기했던 연합훈련을 다시 걸고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 수법을 점차 한·미 동맹 자체에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그러나 맥스 선더 훈련에 B-52가 참가할 계획은 없었다는 점을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차 연구위원은 특히 “북한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가진 중국과의 회동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북한은 중국의 의제이기도 한 이 문제를 슬그머니 다시 들이밀면서 베이징에 대한 레버리지를 늘려나가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새롭게 조성된 북·중간 ‘밀월관계’가 북한의 대남, 대미 강공에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노골적이고 원색적 언어를 동원해 대남 공격적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고수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북관계의 장기 경색이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특히 북·미 정상회담 추진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며 “한국 정부가 한미연합훈련 강도를 낮추고 태영호씨 발언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한다면 한미연합훈련 종료와 함께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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