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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빼앗긴 권리] “실내서 VR 체육수업… 맘껏 뛰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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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3 20:00:35 수정 : 2018-05-13 2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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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정진학교의 ‘VR 스포츠실’에서 열린 체육수업에서 한 학생이 스크린을 향해 공을 던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장애 특수학교인 서울정진학교 2학년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을 나섰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체육관이나 운동장이 아닌 ‘가상현실(VR) 스포츠실’이었다. 기존 교실 2개를 합친 이곳에는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벽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스크린 앞에는 인조잔디와 공이 담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날 학생들은 스크린을 향해 공을 던지거나 차서 점수를 올리는 체육수업을 진행했다. 스크린의 표적에 공을 맞히면 효과음이 나오고 표시판의 점수가 올라가 학생들은 게임을 하듯 체육시간을 즐겼다. 수업을 한 지 15분 정도 지나자 아이들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비장애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낮아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보조교사를 포함해 3∼4명이 함께 체육수업에 참여했다. 야외에서 수업할 경우 가끔 교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어 평소보다 학생 안전에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만 했다. 그러나 VR 스포츠실에서 수업을 하게 된 이후로는 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체육교사와 보조 교사 1명만으로도 수업 진행과 아이들 관리가 가능했다.

박재범 체육 교사는 “좁은 공간에서 수업하다 보니 학생 관리가 보다 용이하고 아이들의 몰입감도 높다”며 “지체장애 학생들은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안전한 실내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VR스포츠실은 운동장이 없거나 면적이 좁아 체육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특수학교의 체육수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경운학교와 연세대학교재활학교 등 운동장이 없는 특수학교는 인근 학교 운동장을 빌려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박 교사는 “체육수업은 학생들이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며 “VR스포츠실을 개방해 비장애 학생과의 통합 수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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