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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김흥국 사건 이후 얼굴을 못 들고 다녀요" 가수협회 회원들 한탄

입력 : 2018-05-13 10:30:12 수정 : 2018-05-13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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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감투라고 제명당할까 봐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다는 겁니다. 정말 우리 처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상록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대한가수협회 산하 전국 지부장 주최로 마련된 ‘원로가수 초청간담회’가 열리기로 한 시간을 훌쩍 넘겨 3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사회자는 “아마도 이 자리에 나오면 협회에서 제명당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오시기로 한 분들이 꺼려하는 것 같다”면서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시작할 예정이니 양해해 달라”고 공지했다.

앞서 가수협회는 협회 명의로 ‘원로가수 초청간담회’ 모임을 불허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각 지부장과 회원들에게 보낸 바 있다. 참석하면 제명 등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이날 마련된 ‘원로가수 초청간담회’는 그런 위험감수에도 협회 전국 지부장들이 김흥국 회장 등 현 집행부의 독단적이고 파행적인 운영으로 지역에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금의 난국을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해 그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나섰다.

원로가수로는 박일남만 유일하게 참석했으며 주최 측은 초대 협회장 남진과 전 회장을 지낸 태진아와 송대관도 초대했으나 이들은 이날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간담회는 박일남과 협회 고문 이종남, 한류 가수 원조 격인 낸시랭의 아버지 박상록이 원로가수 자리에 착석했으며 전국 지부장과 회원 등  40여명이 모여 논의를 시작됐다.

먼저, 박일남은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홍콩 아가씨’로 유명한 금사향 선배님이 오늘 아침 별세하셨다. 다 같이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자”며 묵념 제의로 엄숙한 의례를 진행했다.

박일남은 “대한가수협회가 미투 사건과 횡령 의혹, 임원들의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지금 형국은 난파선이 돼 침몰할 위기에 처했다. 김흥국 회장은 내가 인생 선배로 미투 사건 때 조언을 해 준 적도 있다”며 현 집행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상록회관에서 열린 '원로가수 초청간담회'에서 박일남(가운데)이 가수협회 정상화를 바라는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그는 “현재 선출직 등 이사 3명을 회장이 직권으로 제명했는데, 그 사유가 협회 유사단체를 만들거나 협회 명예훼손 및 실추, 그리고 협회와 반대되는 행위를 할 경우에만 해당한다”면서 “만약에 그렇더라도 반드시 징계위원회와 총회 인준 등을 거쳐 제명해야 하는데 회장은 그런 절차 없이 개인적 감정으로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수협회는 회원이 만명 넘는 협회이기 때문에 회장이나 집행부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 가수협회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협회는 이사들이 사퇴하고 회장은 연락도 안 되는 무주공산이 됐다”며 “이런 식으로 운영될 바에는 협회가 해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가 작년에는 횡령사건도 있었고 비리의 온상이 됐다. 정부에서 받은 기금을 엉터리로 써 제소당했는데 저하고 몇 명이 나서서 무마시켰다”며 “자격도 없는 사람이 총회도 안 하고 이사회도 엉망진창이고 미투 사건 책임 전가나 하고 가요 150년사에 단 한 번도 없는 후배가 선배를 때리질 않나 한마디로 개판으로 만들었다”며 김 회장과 집행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또 “무슨 사건만 나면 뒤에서 언론플레이나 하고 제명을 남발하는 협회 아래 지부장들은 제명당할까 봐 나오지도 못하는 이런 협회야말로 존속할 이유가 없다”면서 “남진 씨는 물론 태진아·송대관도 협회를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박일남은 이에 협회 해체를 주장하며 자신이 회원들의 연명을 받아 문화관광부에 서류를 접수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협회 전국 지부장들의 입장은 크게 달랐다. 이들은 협회가 없어지면 당장 지역에서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혀 절박한 심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협회 전국 지부장들은 정식으로 앨범을 낸 이름 없는 가수들이 많다. 협회 심의를 거쳐 지부장으로 임명되면 지역에서 회원 20∼30명을 가입시켜 축제나 음악회 등을 열어 그 수입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지부장들은 “현재 김흥국 사건 등으로 인해 지역에서 일은커녕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다”며 “협회를 해체하는 것보다는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가수협회 천광건 경기 광주지부장은 “회장의 미투 사건으로 협회 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고 무혐의를 받았지만, 오늘 아침 회장이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협회는 주인이 없다. 정상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모인 가수협회 지부장들이 '원로가수 초청간담회'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천광건 지부장은 또 “박일서 부회장 폭행 사건과 관련해 음식점 그 자리에 있었는데 강제 제명당한 박일서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고 말했다가 논산지부장 등 2명이 제명을 당했다”며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중앙 이사는 유명 가수들이라 그만둬도 다른 살길이 있지만, 지부장들은 그렇지 않다. 문자 하나로 제명당하는 이런 협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김포 총회 때도 황당하고 어이없는 게 무대에서 이런 총회가 어디 있느냐고 바른말을 하면 갑자기 음악을 크게 틀어 참석자들이 못 듣게 훼방을 놓고 회의 진행 과정에서 회장 말을 듣지 않는 막무가내인 이혜민 상임부회장도 그렇고 협회 자체가 정말 큰일”이라고 탄식했다.

다른 지부장들도 “그동안 지역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했는데 지금은 창피하다. 김흥국 회장을 타도하고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국 지부가 예전처럼 원활하게 운영되는 것이고 가수협회도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걸 씻고 가수협회가 거듭나기를 원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박일남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만장일치로 추대했고 박일남 역시 “김흥국 씨는 회장 당선 후 총회를 한 번도 연 적이 없어 회장으로 부를 수도 없다”면서 “미투 사건이 터지면 책임 전가나 하고 회원을 멋대로 제명하고 하는 행위 등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 앞으로 비대위를 통해 협회 운영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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