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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1000원이면 과제 끝"…대학 일상이 돼버린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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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5 17:23:25 수정 : 2018-05-05 17: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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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트 대필합니다. 모사율 체크까지 완벽”

대학가가 중간고사 기간에 접어들면서 과제를 대신 작성해주는 사이트들이 성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3일까지 과제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 사이트에 들어온 대학생들의 과제 문의가 70여건에 달할 정도다. 비슷한 과제 대행 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수십 곳이 검색된다. 이들 업체는 ‘전문가 집필’, ‘학점보장’, ‘자체 모사율 검사’ 등의 그럴 듯한 문구로 치밀한 눈속임을 내걸고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제를 공유해 돈을 버는 ‘과제 거래 사이트’도 학생들의 과제 표절에 사용되고 있다. 한 유명 과제 거래 사이트에 축적된 과제물은 180만 건에 육박한다. 과제물 제출이 많은 사이버대학의 경우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을 정도다. 100원부터 수만원까지 금액을 제출하면 쉽게 과제를 내려받을 수 있었다. 서울시내 한 사이버 대학에 다니는 직장인 양모(27)씨는 “과제는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주변에는 직접 다운로드 받은 표절 검사기를 돌리고 제출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과제 표절을 막기 위한 ‘표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지만 이를 잡아내기는 여간 쉽지 않다. 서울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대학들은 잇따라 표절 검사 프로그램인 ‘턴잇인(turnitin)’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강의 시스템에 과제를 올리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기존 논문 자료와 유사도를 검사하는 식이다. 지난해 초 서울대와 연세대 등 일부학교는 ‘아너 코드(Honor Code)’를 도입하기도 했다. 아너 코드란 학기 전 학생 스스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을 뜻한다.

과제 표절을 막기 위한 대학의 이러한 노력에도 과제를 내려받는 학생들의 행동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으로 학생 개인이 기존 과제, 논문과 유사도을 검사할 수 있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고, 턴잇인을 통한 검열도 문장의 단어나 어순을 바꾸면 쉽게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턴잇인이 단어 위주로 유사도를 측정하다 보니 대게 수치가 높게 나온다”며 “교수들이 참고만 하지 표절을 제대로 잡아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 사이에 “과제 표절은 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도 과제 표절 일상화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는 엄모(19)씨는 “대부분 과목 성적에서 시험이 중요하지 과제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교수가 매년 똑같은 과제를 내고 제출 여부정도 확인해 과제를 쉽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글쓰기 어려움 ▲취업준비로 인한 시간부족 ▲과제 공유를 부추기는 학내분위기 등이 과제표절을 부추긴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해외에서 대학의 과제 표절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명문 대학 협의체인 러셀그룹(Russell Group) 소속 21개 대학에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721건의 학생 부정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요원인으로 영국 내 수백개에 달하는 과제 대행 사이트가 지목돼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미국 대학들도 과제를 표절한 학생에 대해 제적처분을 내리는 등 엄격하게 처벌하며 근절에 나서고 있다.

한정란 한서대 교수(교육학)는 “과거부터 우리나라 교육은 성과, 결과 중심으로 평가를 해왔다”면서 “학점이라는 마지막 결과에만 집중하다보니 ‘과제’라는 학습 과정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교수들도 과정에 대한 보고서를 함께 내는 등 다면적 평가에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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