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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판문점 선언 후 남북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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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3 22:09:01 수정 : 2018-05-03 22: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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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에 北 폐기 의지 안 담겨 / 수십년 매달린 핵 포기할지 의문 / 평화협정만으론 평화 보장 못해 / 정부, 만전지계 차원 풀어가야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후 우리 국민은 낙관적인 기대에 차 있다. 일부에서는 감격스럽고 친근감을 느낀다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치켜세우기도 한다. 심지어 이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정말 남북관계가 생각처럼 잘 진행되고, 북핵 폐기→평화→통일이 달성될 것인가.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가 진리를 확실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확실치 않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법적 회의론’을 권유했듯이, 근본적 ‘회의’(懷疑)를 통해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현실을 직면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먼저 북핵은 폐기될 수 있을까. 이번 선언문에서는 ‘핵없는 한반도’가 공동목표임을 확인했을 뿐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국제적 경제제재가 해제돼야 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북핵을 용인하고 있지 않아 핵보유와 경제제재는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미국이 순진해도 사찰 없이 제재를 해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점을 알기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용어도 수용하고, 김 위원장과 30분간의 도보다리 대화에서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6·25전쟁 직후부터 시작해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핵무기를 북한이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 1주일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어 핵보유를 기반으로 경제발전에 매진한다는 정책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혹시나 모를 북한의 기만책을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북한을 이해하듯 일각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갈등이 아닌 단결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어 평화협정은 필요할까. 이번 ‘판문점 선언문’을 보면 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너무나 상식적이지만 평화협정 자체만으로 평화를 보장할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이 흑심을 품고 있을 경우 평화협정은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술책과 침략의 전주곡이 되기 때문이다. 힘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경계하는 것 이외에 평화를 지킬 방법은 없다. ‘전쟁의 부재’(absence of war)라는 평화의 정의를 적용하면 다소의 도발과 그에 따른 불안에도 지금까지 북한과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기능한 것이다. 남북은 1992년 ‘남북한 기본합의서’에 의해 상호존중, 불가침, 평화적 해결 등 정치적 평화보장 원칙에도 합의해둔 상태이다. 평화협정을 맺은 후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그것은 독일의 침공을 방조한 1938년의 뮌헨조약, 남베트남의 패망으로 연결된 1973년 파리조약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낭만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만전지계(萬全之計) 차원에서 북한문제에 접근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끝으로 통일은 가능할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처럼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너무나 크다. 그렇기에 평창올림픽의 단일팀 구성과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족이든 국가든 한번 갈라지면 독자성이 강화되면서 원심력이 점점 커지고, 구심력은 줄어들게 된다.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의 6·25전쟁과 북한에 의한 수많은 도발까지 겪어 분단의 상처가 적지 않다. 베트남의 경우를 볼 때 공산주의에 의한 통일은 잔혹한 처형을 수반한다. 이를 보듯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국민은 이번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탐닉하고 싶어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 도발과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너무나 오랜 기간 긴장하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망적 사고만으로는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희망이 클수록 감정보다는 이성, 흥분보다는 냉정, 낙관보다는 회의로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야 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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