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로힝야족이 미얀마를 탈출한 지 9개월이 되는 이번 달부터 출산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 인권단체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다음 달부터 버려지는 아기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고, 대규모 로힝야족 난민촌이 있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에서 임시 병원을 세워 운영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도 출산을 앞둔 여성들을 위한 의료적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며 치료를 받은 여성은 224명으로 집계됐는데 대부분의 피해 여성들은 지역사회로부터 낙인찍힐까 두려운 마음에 병원에 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경없는의사회 측은 지난 1월 하혈을 하는 여성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가 증가하는 등 스스로 낙태를 시도하는 로힝야족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 성폭력 특별조정관 프라밀라 패턴은 “미얀마 군부가 인종청소의 한 방법으로 강간을 시도했다”며 “로힝야족을 없애고 테러를 조장할 목적으로 집단 강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지난달 미얀마 군부(타트마다우)를 집단 강간을 저지른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집단 성폭행으로 임신한 피해자들은 로힝야족 집단에서 소외당할 확률이 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2016년 11월 미얀마 군부가 라카인주에 살고 있는 로힝야족에 대해 처음으로 박해를 시작한 이후 이듬해 3월 강간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아예샤(가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2년 남편이 죽고 혼자서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예샤는 강간을 당한 후 사람들의 편견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사실을 숨기려고 했지만 이웃들이 다 눈치챘다”며 “남편을 잃은 상황에서 낙태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파야즈란 이름의 사내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는 아예샤의 딸들이 “이 아이는 내 동생이 아니다. 고아원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 가족 내에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예샤는 ‘당신은 피해자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고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의 말에 힘을 냈다고 전했다. 아예샤와 함께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는 자파르 알람은 “아이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아예샤와 아들을 보살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후 아예샤는 딸들에게 “내가 강제적으로 피해를 당한 건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너희들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고, 현재 딸들은 마음을 바꿔 동생 파야즈를 잘 보살펴주고 있다고 아예샤는 전했다.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족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 코코린은 “미얀마 군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로힝야족 여성들 중 3분의2는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면서 “이미 태어났거나 앞으로 태어날 예정인 아이들과 피해 여성들이 ‘낙인’ 찍히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미얀마 군부의 대규모 박해로 현재 로힝야족 70만여명이 방글라데시로 국경을 넘었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미얀마 군부와 국경수비 경찰, 민병대 등이 조직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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