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설치 공사가 마무리된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보도 위에 모래가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다. 독자 제공 |
매뉴얼의 보도블록 공사 부분을 살펴보니 ‘블록다짐 후 즉시 모래채움 작업을 실시한다’고 돼 있었다. 모래채움 작업 뒤에는 빗자루 등으로 블록 표면을 청소하는 것처럼 쓸어 블록 틈새로 모래를 채워 넣어야 한다. 이후에는 송곳 등으로 찔러 모래가 잘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남은 모래를 말끔히 청소한 뒤 살수(물 뿌림)로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규정된 과정이다. 이 과정은 최소 1일 이내 이뤄져야 한다.
결국 모래채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날림공사’가 버젓이 이뤄진 것이다. 보도블록 시공업체 B사의 관계자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낮은 공사단가를 맞추기 위해 전국적으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공사를 하는 업체가 매년 수백 곳씩 우후죽순 생길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 업체가 공사를 따내더라도 직접 하는 경우가 드물다. 좀 큰 업체가 공사를 따서 해당 지역 시공업체에 하청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가가 충분하지 않은 마당에 하청까지 주니 날림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
보도블록은 어쨌든 깔아야 하니 작업을 진행하지만, 빗질하고 물을 뿌리는 등 마무리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모래를 뿌리고 끝내는 것이었다. “비가 오면 알아서 채워진다”는 변명과 함께.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다. 보도 위에 뿌려진 모래는 계속 밟히고 날리다 노면에 가라앉기를 반복하면서 입자가 점점 작아진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자동차 배기가스로도 모자라 보도블록 공사장에서 흩날리는 비산먼지까지 마시는 게 요즘 도시인들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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