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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자율주행차 사고시 누구 보호?… 탑승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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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1 13:54:14 수정 : 2018-04-25 11: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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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자율주행차의 미래 / 최근 잇따른 사고에 충격 / ‘사망자 최소화’ 공리주의 / 탑승자 보호 주장과 충돌 / 日, 운전자 책임이 원칙 / 獨, 시스템 오류 발생땐 / 자율주행 제조사가 책임 / 철학적인 논쟁 상관없이 / 고객, 미보호 차량 외면 / 탑승자 보호차만 남을 것
최근 두 개의 자동차 사고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미국의 애리조나 주에서 우버회사가 시험운행 중이던 볼보 XC90 자율주행자동차가 밤에 무단으로 도로를 건너던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했다. 3월 23일에는 테슬라 자동차 모델X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폭발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났다. 앞서 2016년 5월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미국 플로리다에서 트레일러 차량과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에 이어 세 번째 사망사고다. 대표적인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회사의 차량들의 연속된 사고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면서 과연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일반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사고의 책임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동차의 출현과 운전

1770년 프랑스의 N 퀴뇨는 최초로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1885년 독일의 G 다임러와 K 벤츠가 가솔린을 원료로 하는 내연기관을 개발해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그 후 약 100년 동안 인간은 자동차를 즐기면서 동시에 운전이라는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자통신연구원의 손주찬 박사의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1년에 자동차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125만 명이라 한다. 부상자는 5000만 명이다. 그런데 그 사고의 94%가 운전자의 과실에 기인한다고 한다. 자동차가 인간을 대신해 교통규칙을 잘 지키며 거의 완벽하게 운전한다면 도로교통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주변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주행전략을 수립하고 속도와 방향을 제어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차량을 말한다. 자율차는 크게 3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도로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와 통신 기능이다. 둘째는 주변상황을 판단해 주행전략을 수립하여 핸들의 방향과 가속 또는 감속 방침을 결정하는 인공지능(AI) 부분이다. 세 번째는 실제로 핸들과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깜빡이 등을 작동시키는 부분이다.

◆10년 안에 자율주행차 일반화

자율주행차는 자율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크루즈컨트롤처럼 아주 기본적인 자동화단계를 말한다. 2단계는 거리유지와 주차 등을 도와주는 단계를 말하고, 3단계는 차선변경과 충돌회피 기능을 가진다. 4단계는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 통과와 혼잡한 도로를 주행하는 단계이고, 5단계는 비정형도로를 운행하는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를 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부터 본격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가속화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의 연구조직인 다르파(DARPA)는 2004년 모하비사막에서 자율주행차 경주대회를 열었다. 이때는 정해진 거리 240㎞를 완주한 차량이 없었다. 다음해인 2005년에는 5대의 차량이 완주했다. 그 이후 전 세계적인 대기업이 나서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는 물론 전기전자 회사도 참여해, 개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구글은 2020년 상용화된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아무리 늦게 잡아도 10년 안에는 길거리에 자율주행차가 자주 보일 거라는 상상을 쉽게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의 법적 책임

자율차가 일반화되면 우선 교통사고가 대폭 감소하고, 교통경찰이 거의 필요없게 될 것이다. 교통사고를 대비한 보험회사가 대폭 줄어들고 환자를 치료하는 정형외과가 파리를 날리고 있을 것이다. 운전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운전 면허증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이에 운전 면허학원이나 면허시험장 등은 당연히 사라진다. 고객을 목적지에 태워주고 차량은 집으로 돌아가면 되기에 많은 주차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운전과 주차의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에 단거리 대중교통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모든 자율차들은 상호 연결돼 있기에 쉬는 시간에도 스스로 주변 도로 상황과 다른 차량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최적의 도로를 선택해 주행하게 될 것이고, 당연히 교통체증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도 어두운 면은 있다. 모든 정보통신에서와 마찬가지로 해킹은 크게 우려되는 점이다. 자율차가 해킹되면 이상한 짓을 할 것이고, 특히 테러에 이용되면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가끔 과거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취미로 운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가 사고를 내 타인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해,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아예 핸들을 만들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또한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박사는 인간의 운전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한다. 아무리 좋은 자율주행차를 만들려고 노력을 해도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에 대한 논란과 함께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운전자가 있는 상태인 레벨3 단계까지의 사고에 대해 원칙적으로 차량 운전자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자율주행 수준과 관계없이 사고 책임 대부분을 차량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지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 기록을 분석해 자율주행시스템 오류가 발견되면 제조사가 책임진다. 한국에는 이에 관한 법률이 아직 없다.

◆공리주의 vs 탑승자 보호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사고에 관련해 중요한 철학적인 문제가 제기돼 있다. 트롤리(Trolley) 문제라 하는데, 이것은 1967년 영국의 철학자 필리라 푸트가 제기했다. 트롤리 기차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서 정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런데 앞을 보니 5명의 인부가 철로 위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옆의 철길 위에는 한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기차가 계속 진행하면 5명이 사망할 것이고, 진행방향을 바꾸어 옆 철길로 가면 5명을 구하는 대신에 한 사람이 치일 것이다. 기차 운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딜레마는 자율주행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행 중에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서 정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에 5명의 사람이 있다. 진행 방향을 길옆으로 돌리면 웅덩이에 빠져서 탑승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즉 사망자를 최소로 해야 한다는 공리주의 철학과 차량의 주인인 탑승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이 문제는 자율주행차 연구가 시작되면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며, 혹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율차는 일반도로 위를 달릴 수 없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인간의 욕구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은 현실에서 불필요한 논쟁이라 생각한다. 철학적인 논쟁과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세상에는 탑승자를 보호하는 자율차만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든 차량은 사용하는 고객이 있어야 존재하게 된다. 고객이 외면하는 차량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탑승자를 보호하지 않는 차량을 탈 승객은 없다. 그러니 그러한 차는 팔리지 않고,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에도 공공성과 개인주의가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결국 개인의 선택은 개인주의에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재의 자동차 인간 운전자도 운전 중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본능에 따라 대처한다. AI도 결국 인간이 주인이기 때문에 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 인간이 세상의 주인으로 존재하는 한 인간보다 더 훌륭한 인격을 가진 AI는 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율주행차에서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이해하고 나니까 미래 방향이 선명하게 보인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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