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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좌표찍기, '人적 디도스' 수준이면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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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9 06:57:00 수정 : 2018-04-19 13: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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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법조계 “선거철 민감…매크로든 사람이든 여론 왜곡 목적 같아”

“불법적 온라인 활동은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라는 불법 기계를 사용했거나 지난 정부처럼 국가 권력기관이 군인과 경찰, 공무원 등을 동원한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일반 시민이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불법행위와 동일시하는 언론 보도가 일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원 댓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댓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지난 16일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매크로, 명의도용 등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모(49·필명 ‘드루킹’)씨 일당과 온라인상에서 특정 성향의 댓글을 달고 추천할 것을 독려하는, 소위 ‘좌표 찍기’를 행하는 일반 유권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현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뉴시스
하지만 ‘드루킹 사태’ 이후 매크로뿐 아니라 자발적인 좌표 찍기 또한 여론을 왜곡시키기는 매한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좌표 찍기는 이념 진영을 가리지 않고 주로 양극단 지지층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전파성이 높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기사나 콘텐츠의 인터넷 주소와 함께 “급해요. 빨리 댓글과 추천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글을 게시하고, 이를 다시 공유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한쪽으로 유도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디지털소통위원장도 지난달 초 최고위원회의에서 네이버 댓글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좌표 찍기와 기계적 조작을 동시에 문제 삼았다. 이어 “(두 유형의 사안을 적발해) 1월3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이미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씨 일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된 계기다.
‘댓글 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그렇다면 좌표 찍기는 법적 처벌이 가능할까. 법조계는 “일반적인 경우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드루킹에게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는 고의성이 명확해야 한다. 보통의 누리꾼들에게 ‘내가 다는 댓글이 (포털 등의) 업무를 방해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전달받은 인터넷 주소를 클릭해 들어가도 댓글 달기와 추천은 스스로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결국 매크로를 이용한 조작이나 명의도용 등의 위법 행위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좌표 찍기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철 등 여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민감한 시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선거 국면에서 지나친 좌표 찍기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며 “공직선거법상 모든 선거운동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좌표 찍기가 실제 여론을 뒤집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온라인 지지자들은 자발적 모임이 아닌 유사캠프, 비선 조직 등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좌표찍기’가 이뤄지는 모습. 해당 트위터리안은 특정 기사의 인터넷 주소와 함께 “댓글 네 개. 따봉(추천) 빨리 주세요”라고 적으며 기사 내 댓글과 추천을 유도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에 좌표 찍기에도 명확한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과도한 좌표 찍기의 경우 인적 수단을 통해 매크로와 같은 효과를 거뒀기 때문에 여론을 왜곡시키고 포털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최 변호사는 “댓글 추천을 기계가 하든 특정 온라인 집단이 직접 하든 여론을 왜곡시키려는 의도와 목적은 같다”며 “좌표 찍기가 ‘인(人)적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과연 이를 정당한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을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기사, 댓글의 추천수를 의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일반인의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하려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결국 여론 조작의 기준은 특정 목적을 가진 사람들 간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했는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좌표 찍기가 ‘목적이 뚜렷한 구체적 행동’으로 인정될 경우 법적 처벌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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