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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50만원부터 수천짜리도…드루킹의 기법 ‘매크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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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7 13:16:17 수정 : 2018-04-17 1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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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 매크로 전부터 유튜브엔 댓글 의혹 영상 잇따라/ 국정원에 이어 민간에서도 댓글조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증가/ 업계관계자 “로직만 알면 매크로 제작 어렵지 않아. 정교함에 따라 수백에서 수억까지…부르는게 값” / 철저한 계정인증, 개인정보유출 근절 등 현실적 대안마련 필요
“1분에 200개”

어느 누리꾼이 측정한 한 포털 기사의 댓글이 올라가는 속도다. 그가 올린 영상에는 기사 댓글 창의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초당 수십 건의 댓글이 만들어지고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상한 점은 댓글이 늘어나는 데 공감 수는 하나도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에 댓글이 1600개가 달릴 때까지 가장 위에 노출되는 베스트 댓글의 공감 수는 ‘0’이었다.

또 다른 영상에는 한 가상화폐 관련 기사의 댓글 공감 수가 초당 한 개꼴로 꾸준히 올라가는 모습이 담겼다. 여기서도 이상한 현상이 보인다. 특정 댓글의 공감 수가 올라갈 동안 다른 댓글들의 공감 수는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 이렇듯 누리꾼들은 영상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비정상적인 댓글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기준 댓글 조작을 의심하는 영상만 수십 건이 검색됐다.

그동안 수차례 의혹이 제기됐던 댓글 조작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48·필명 드루킹)씨 일당이 네이버 기사 공감 댓글 수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작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한 누리꾼이 유튜브에 올린 댓글 의혹영상이 사건의 실마리가 됐다. 이로써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이어 민간에서도 댓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포털 사이트가 추천 수를 토대로 메인 기사를 선별하고 국민청원이 추천 수로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는 상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월 유튜브에 올라온 댓글 의혹 영상. 영상에는 1분간 네이버 기사 내에서 수백개의 댓글이 올라갔다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담겼다. 댓글 수는 올라가는데 베스트 댓글의 공감 수는 올라가지 않는 모습이다. 출처=유튜브

매크로 프로그램은 짜여진 함수, 즉 반복적인 명령을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프로그램이 한 아이디로 댓글을 쓴 뒤 다시 다른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고 댓글을 쓰는 행동을 반복하는 식이다. 포털 사이트는 아이디 당 댓글 수를 제한하거나 ‘캡차(보안인증)’를 통해 댓글 조작을 대비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매크로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 주문형 매크로 제작업체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가 댓글을 검열하는 로직(논리회로)을 파악하면 매크로 제작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며 “단순한 프로그램은 50∼100만원정도에 거래되고 댓글을 조작하는 컴퓨터실 등 환경부터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수억원을 부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역시 고가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크로를 운용하기 위해선 여러 개의 댓글을 작성하기위한 아이디들이 필요하다. 드루킹의 경우 614개의 네이버 아이디를 사용해 추천·공감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 조작에 사용되는 아이디는 주로 신상정보를 생성하는 불법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다. 불법아이디와 관련 지난해 11월 서울경찰청은 2015년 11월부터 약 1년간 네이버 계정 7만여개를 만들고 이를 광고대행사 등에 판매한 일당을 붙잡은 바 있다. 이들은 대포폰을 통해 계정을 만든 뒤 다시 번호를 바꿔 새 아이디를 만드는 방법으로 10개월간 총 7만 여개의 계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의 범행에도 170여개의 휴대전화가 사용됐다고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인터넷상으로 댓글 조작 의심상황을 인지하는 것은 힘들다고 설명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이디 매매나 의심 댓글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는 할 수 있지만 댓글이 개인에 의해 작성됐는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작성됐는지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도 “매크로는 판매하는 사이트를 수사하는 식으로 적발할 수 있지만 개인이나 조직을 특정해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 업체가 해외로 IP를 우회해 범행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인터넷 댓글이나 추천 등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는 추천 수를 바탕으로 모바일 메인뉴스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청와대는 국민청원 추천 수가 20만 명을 넘을 시 답변을 내놓고 있다. 다수를 가장한 조작된 여론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댓글 조작에 대한 풍문이 증거로 드러난 만큼 현실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는 “허위 계정을 막기 위해 포털사이트 내에서 철저한 계정인증절차가 필요하고 정부도 각 기관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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