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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요?] 인터넷은행 1년여,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입력 : 2018-04-15 14:41:29 수정 : 2018-04-19 14: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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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벽에 막힌 인터넷은행…"돈 있어도 증자 못 해"
과감한 규제완화 필요 시점…인터넷은행도 자생력 갖춰야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 ·서비스 ·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은행업 인가를 받으면서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정부는 인터넷은행 출범을 통해 '메기효과'를 일으켜 시중은행 등 금융권의 혁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목적이 효과를 거뒀는지는 의문입니다. 인터넷은행과 비교할 때 덩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일까요.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 바짝 긴장했던 시중은행들도 지금은 느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금융당국이 당초 기대했던 금융권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 볼 때 시중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증자를 하려 해도 은산분리 규제가 걸립니다. 인터넷은행이 종잣돈을 투입하거나 투자자를 구해 적극적으로 경영을 하고 싶어도 은산분리 규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뛰어들었던 인터넷은행은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진정한 메기효과를 거두려면 은산분리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이 갑론을박하는 상황이어서 은산분리 완화는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한편 인터넷은행 스스로 자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손놓고 규제완화가 이뤄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행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떠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지, 그리고 인터넷은행의 자생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4% 장벽'에 가로막힌 혁신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없이 24시간 365일 운영됩니다. 은행 점포가 문을 닫아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이용자 10명 중 7명 꼴로 은행 영업 시간 외(오전 9시~오후 4시 기준) 자사 뱅킹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계좌를 만드는 일도 간편합니다. 최근 은행권을 출입하게 기자도 한 인터넷은행의 계좌를 만들어봤는데요. 몇 분이나 걸렸을까요? 퇴근 후 집에서 뉴스를 보면서 계좌를 트는 데 딱 11분 걸렸습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계좌 개설에 따르는 시간은 평균 10분도 채 안 된다고 강조하더군요.

인터넷은행들은 모바일앱의 사용자 환경도 단순화했고 무점포 운영을 통해 소비자에게 예금과 대출금리의 편익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지금의 은산분리 규정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종잣돈을 늘려나가는 데 쉽지 않은 구조라고 하소연합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최대 보유한도를 10%(의결권 행사는 4%)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주주격인 KT나 카카오가 야심차게 유상증자를 시도하고 싶어도 전 주주사의 동의를 듣거나 새 투자자를 찾아야만 가능한 구조입니다.

특히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 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더욱 간절합니다. 가뜩이나 주주구성(20개사)이 카카오뱅크(9개사)보다 복잡해 주주사간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은 것도 답답한데, 대주주격인 KT의 독자적인 유상증자가 현행 은행법에 가로막힌 셈이니까요.

자본금이 충분치 않은 인터넷은행으로서는 증자 추진이 미뤄질수록 신상품 출시 일정이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담보대출 금액이 큰 주택담보대출이나 아파트담보대출은 자산건전성 지표인 BIS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큰 만큼 자본확충이 더욱 절실한 데 말이죠. 잠재적 대출자가 인터넷은행이 내놓을 금리보다 더 비싼 금리로 대출을 받게 되면 결국 소비자가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거 아닐까요. 

안효조 케이뱅크 사업총괄 본부장은 "현재 아파트담보대출상품은 이미 만들어졌고 현재 내부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중"이라면서 "자본확충만 이뤄지면 언제든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아쉬움을 애둘러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은산분리 완화 논의 '지지부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인터넷은행 출범 전부터 있었습니다. 김용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6년 7월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인터넷은행의 보유 한도를 50%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산업자본의 경영권 행사에 따른 부작용을막고자 인터넷은행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는 막겠다는 보완책도 담았죠.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016년 대표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은 특례법을 통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의결권 발행주식을 최대 34%까지 보유하도록 은산분리 제도를 완화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유사한 법안 5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단 이후 법 개정을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습니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도 같은 해 △금리단층 해소 △소비자 편의성 제고 △신성장동력 창출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며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갖도록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산분리 규제는 금융회사에 대한 위험 전이를 막고 과도한 지배력 확장 등의 부작용을 막고자 지난 1984년 도입됐습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갖게 되면 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할 때 은행을 통해 대출을 일으킬 유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은행의 사금고화'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입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 개혁안을 내면서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발전의 필요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 완화의 득과 실을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었습니다.

분명 시중은행에 관해서는 지금의 은산분리 규제를 유지하는 게 맞다는 것이 다수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또 다릅니다. 이대로라면 규모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을 압박할 것이고 인터넷은행은 결국 2금융권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릴 테니깐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는 뜨거웠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면서 시중은행들도 잠시 기울였던 관심을 거둬들였다"며 "대규모 증자 없이는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을 긴장시키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인터넷은행을 통한 은행권의 혁신을 외치는 전문가들은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은산분리 완화가 은행의 사금고화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1960~1970년대에나 맞는 이야기"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테크핀(TechFin)'가 중요시되는 상황인 만큼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과거 금감원에서 은행감독업무를 맡았던 한 퇴직 인사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무한정 늘리자는 의견엔 반대하지만 은행권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촉진시키려면 현 은산분리 규제는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인사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더라도 대주주를 향한 특혜성 대출을 막는 견제 장치를 제대로 만들면 된다"고 설명하더군요.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심 행장은 "대주주가 지분을 편하게 늘릴 수 있다면 증자 기간이 단축될 수 있겠지만 은산분리 원칙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은행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취임한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을 모읍니다. 김 원장은 제 19대 의원 시절 때에도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는 지난 2009년 정부가 규제완화를 위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9%로 상향조정했던 것을 되돌리는 데 강한 목소리를 냈었습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위험 전이 및 과도한 지배력 확장이 우려된다" 

김 원장이 의원 시절 주장한 내용입니다. 김 원장은 "과거엔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서 해야할 역할이 있었고 지금은 금감원장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는데, 앞으로 어떤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 예대마진 탈피 필요…자생력 갖춰야


인터넷은행들도 정부만 원망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먼저 지금의 예적금과 신용대출 등 단순한 사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예대마진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늦어도 5년 내 미국이나 유럽의 인터넷은행처럼 오토론,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등의 상품을 가져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들도 서서히 풀뱅킹 서비스(Full-banking service)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이달 말 초간편 외환송금서비스를 시작으로 아파트담보대출, 앱 기반 간편결제, 펌뱅킹서비스 등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전월세보증금대출을 상시 판매로 전환했고 '계좌 속 계좌'인 세이프박스의 한도도 종전 500만원에서 1000만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롯데그룹과 손잡고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두 인터넷은행 모두 신용카드사업이나 방카슈랑스 등 신규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간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력과 누적된 노하우로 무장한 기존 은행들의 반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도 관건입니다. 은행권에서도 앱통합을 가속화하고 금리나 수수료 혜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 신용평가사는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거나 고금리로 자금을 유치한 경우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합니다. 이 밖에 출범 초기에 불거지지 않은 신용리스크나 유동성리스크 등을 어떻게 관리해가느냐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국내 인터넷은행의 주주 구성을 보면 충분히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탄생할 만한 구조인데 증자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주장만 해선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벌써부터 은행권의 영업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챗봇 '에리카' 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국내 한 은행의 신사업 관련 부서장은 "저원가성 예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데 소비자들이 인터넷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는 쓰지 않는다는 게 한계"라면서 "출범 1~2년 사이엔 드러나지 않겠지만 향후 여신관리를 위한 관리비용이 늘어날 거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10년 만에 문을 닫은 미국의 넷뱅크 사례는 많은 교훈을 남깁니다. 1997년 출범한 넷뱅크는 고금리 수신을 받아 고위험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했는데요. 출범 4년 만에 흑자를 내고 연평균 50%가 넘는 고성장세를 보이는 등 초반 기세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리스크과 비용관리에 실패하며 결국 2007년 파산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2009년 독일에서 설립된 피도르은행은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피도르 은행은 다수의 외부업체들과 쉽게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구조를 OS로 채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은행이 제공하지 않은 귀금속, P2P대출 등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및 유튜브 등에 채팅공간 만들어 소비자와 접촉면을 높인 것도 이 은행의 특징입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추천을 하는 경우 금리를더 줍니다. 기존 은행의 사용자당 운영비용이 200달러 수준인데 반해 피도르은행은 15달러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인터넷은행이 첫 돌을 맞이했습니다.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는 결국 법과 정책을 다루는 이들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인터넷은행 스스로도 소비자의 편익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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